2015년 컬리가 ‘샛별배송’이란 이름으로 처음 도입한 새벽배송은 당시로선 유통산업의 혁명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등을 겪으면서 이제는 삶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100억원(거래액 기준)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올해 9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생화도 새벽배송을"…소박한 욕구 실현시킨 컬리 물류혁신
‘나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신(新)소비인류는 새벽배송 시장에서도 내 ‘입맛’을 충족시켜줄 독특한 상품을 찾는다. 문제는 소비자가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받아보는 서비스의 특성상 배송이 가능한 품목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새벽배송 업체들은 물류 혁신을 통해 난제를 해결해가며, 취급 품목 수(SKU)를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꽃이다. 꽃은 연약하다 보니 배송 과정에서 상처가 나거나 손상될 공산이 크다.

배송하려면 박스에 넣어야 하는데, 밀폐되고 습한 환경에서는 곰팡이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만큼 배송의 난도가 높은 품목이다. 이렇듯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 곳이 컬리다.

컬리가 2020년 2월 서비스를 처음 선보일 당시 판매한 꽃 종류는 8종에 불과했다. 올해는 60여 종으로 늘었다. 매출 역시 2년 새 11배 불어났다.

유통 과정은 이렇다. 농가에서 수확한 꽃을 품질 저하를 막기 위해 곧바로 수조에 넣어 줄기와 잎, 꽃봉오리로 물을 올려주는 ‘물 올림’ 작업을 한다.

물 올림을 마친 꽃을 소분해 곧바로 플로럴 폼에 꽂아 냉장 물류창고로 옮긴다. 입고된 꽃은 다음날 새벽 소비자의 집 앞으로 배송한다. 결과적으로 화훼공판장을 거치는 것보다 2일 정도 유통 시간을 단축하게 된다.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컬리가 수요를 예측하고, 농가에 주문한 뒤 물류센터에 들어오면 그 이후 소비자들로부터 주문받는 선발주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이처럼 각 업체가 유통혁신을 통해 소비시장의 ‘초개인화’ 트렌드를 충족시키면서 SKU도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컬리의 경우 창업 첫해 수백 개 수준에서 지금은 3만 개로 늘어났다. 이 시장에 2019년 뛰어든 SSG닷컴도 1만 개에서 시작해 지금은 3만 개 품목을 취급하고 있다.

배송 난도가 높은 품목들의 경우 비용 부담이 크다는 점은 새벽배송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거의 모든 새벽배송 업체는 재무제표상 지급수수료가 급격히 불어나면서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새벽배송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