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추모글…"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자 후배 변호사들의 사표"
文 "캄캄절벽 구치소에서 내의 주신 한승헌 변호사님 안식 빈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하루 전 세상을 떠난 고(故) 한승헌 전 감사원장에 대해 "깊은 존경과 조의를 바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 전 원장 빈소 조문을 마치고 SNS에 올린 글에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으셨지만, 당신은 영원한 변호사였고, 인권 변호사의 상징이었고, 후배 변호사들의 사표였다"며 이같이 적었다.

문 대통령은 "한 변호사님과 인연은 제가 변호사가 되기 훨씬 이전으로 거슬러 간다"며 1975년 서대문 구치소에 수감됐을 때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대학 4학년 때 유신반대 시위로 구속돼 구치소에서 감방을 배정받았던 첫날, 한순간 낯선 세계로 굴러떨어진 캄캄절벽 같았던 순간, 옆 감방에서 교도관을 통해 새 내의 한 벌을 보내주신 분이 한 변호사님이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조사(弔辭)'라는 글로 반공법 위반으로 잡혀 와 계셨을 땐데 그렇게 저와 감방 동기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한 전 원장은 당시 유럽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을 당한 김규남 의원의 죽음을 애도하는 '어떤 조사(弔辭)'를 자신의 저서에 수록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상태였다.

문 대통령은 "가족과 오랫동안 면회를 못 해 갈아입을 내의가 무척 아쉬울 때였는데, 모르는 대학생의 그런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을 써주신 것이 너무나 고마웠고, 제게 큰 위안이 됐다"고 회상했다.

문 대통령은 "꽤 많은 세월이 흘러 제가 변호사가 된 후까지도 엄혹한 시절이 계속돼 저도 인권 변호 활동을 했고, '노무현 변호사'가 대우조선 사건으로 구속됐을 때 저와 한 변호사님은 공동 변호인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때 공동대리인이 돼 한 변호사님은 변론을 총괄하고 저는 대리인단의 간사 역할을 했으니 인생은 참 드라마틱하기도 하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저를 아껴주셨던 또 한 분의 어른을 또 떠나보내며 저도 꽤 나이를 먹었음을 실감한다"면서 "삼가 영원한 평화와 안식을 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