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 어린이들은 해맑게 웃지만…그들은 과연 행복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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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역사박물관 어린이날 100주년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
우산을 함께 쓴 여자 어린이 두 명이 환하게 웃고 있다.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지만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왼손으로 모양이 비슷한 바구니를 하나씩 들었다.
사진 속 어린이들은 1911년 미국 버지니아주 댄빌의 방직공장에 저녁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당시 많은 어린이는 공장에 식사 나르는 일을 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사람들이 모래밭 위에서 힘껏 뛰어오르는 소년 두 명을 바라보고 있다.
촬영은 1947년 이집트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멀리뛰기를 하는 이들은 이집트가 아닌 유고슬라비아 출신이다.
고향을 떠나 아프리카에 정착한 소년들은 18개월 전만 해도 독일군을 저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사진만 보면 쾌활한 것 같은 어린이들은 진정 행복감을 느꼈던 것일까.
지난 세기 어린이들은 과연 어른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고 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어린이날 100회를 기념해 22일 기획전시실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우리 모두 어린이'는 풍부한 사진을 통해 오늘날에도 지구촌 어딘가에는 가혹한 노동과 가난에 시달리는 어린이가 있다는 불편한 사실을 알려준다.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21일 연 전시 설명회에서 "어린이의 지위 향상을 위해 정한 어린이날이 우리나라에서 10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며 "존중받지 못하는 세계의 어린이들 사례를 모아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컷만으로도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들을 모았다"며 "어린이들이 와서 전시를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사진도 평소보다 낮은 곳에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전시에는 국내외 사진과 자료 132건 184점이 나왔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아동노동 관련 자료인 루이스 하인 컬렉션, 호주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아동 이주 관련 사진,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가 찍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제공한 자료도 공개됐다.
1908년 이후 각지에서 찍힌 어린이 사진은 대부분 인정하기 싫은 어두운 현실과 맞닿아 있다.
노동, 전쟁, 학대, 사고, 강제 이주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어린이가 피사체가 된 작품이 많다.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저항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도 있다.
박물관 설명처럼 "기존 어린이 전시의 통념을 깨는 전시"인 셈이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며, 각각의 제목에 특이하게도 괄호를 넣었다.
1부는 '[ ] 끌려간 어린이', 2부는 '[ ] 바꾼 어린이', 3부는 '[ ] 행복한 어린이'가 주제어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관람자가 적당히 채우면 된다.
함영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시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서 일러스트를 많이 활용했다"며 "전시를 통해 어린이들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주체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전시라고는 하지만,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 봐야 할 전시에 가깝다.
어린이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은 결국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방정환이 1923년 '어른에게 드리는 글'에서 밝힌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라는 문구에 핵심이 담겼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어린이들이 전시 보기를 꺼린다면, 박물관 1층의 별도 공간에 마련된 어린이박물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했지만 부자연스럽지는 않다.
왼손으로 모양이 비슷한 바구니를 하나씩 들었다.
사진 속 어린이들은 1911년 미국 버지니아주 댄빌의 방직공장에 저녁을 배달하던 중이었다.
당시 많은 어린이는 공장에 식사 나르는 일을 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
또 다른 사진에서는 사람들이 모래밭 위에서 힘껏 뛰어오르는 소년 두 명을 바라보고 있다.
촬영은 1947년 이집트에서 이뤄졌다.
하지만 멀리뛰기를 하는 이들은 이집트가 아닌 유고슬라비아 출신이다.
고향을 떠나 아프리카에 정착한 소년들은 18개월 전만 해도 독일군을 저격하는 임무를 수행했다.
사진만 보면 쾌활한 것 같은 어린이들은 진정 행복감을 느꼈던 것일까.
지난 세기 어린이들은 과연 어른에게 사랑받는 존재였다고 할 수 있을까.

남희숙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21일 연 전시 설명회에서 "어린이의 지위 향상을 위해 정한 어린이날이 우리나라에서 100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 많다"며 "존중받지 못하는 세계의 어린이들 사례를 모아 소개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한 컷만으로도 울림과 감동을 줄 수 있는 사진들을 모았다"며 "어린이들이 와서 전시를 보면 좋겠다는 마음에 사진도 평소보다 낮은 곳에 배치했다"고 덧붙였다.
전시에는 국내외 사진과 자료 132건 184점이 나왔다.
미국 의회도서관의 아동노동 관련 자료인 루이스 하인 컬렉션, 호주 국가기록원이 보유한 아동 이주 관련 사진, 김경훈 로이터통신 기자가 찍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가 제공한 자료도 공개됐다.

노동, 전쟁, 학대, 사고, 강제 이주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어린이가 피사체가 된 작품이 많다.
어린이들이 어른에게 저항하며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장면을 포착한 사진도 있다.
박물관 설명처럼 "기존 어린이 전시의 통념을 깨는 전시"인 셈이다.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며, 각각의 제목에 특이하게도 괄호를 넣었다.
1부는 '[ ] 끌려간 어린이', 2부는 '[ ] 바꾼 어린이', 3부는 '[ ] 행복한 어린이'가 주제어다.
괄호 안에 들어갈 말은 관람자가 적당히 채우면 된다.
함영훈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전시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서 일러스트를 많이 활용했다"며 "전시를 통해 어린이들이 독립된 인격체로서 주체성을 발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어린이의, 어린이를 위한 전시라고는 하지만, 어린이보다는 어른들이 봐야 할 전시에 가깝다.
어린이를 행복하게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 사람은 결국 어른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방정환이 1923년 '어른에게 드리는 글'에서 밝힌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라는 문구에 핵심이 담겼다.
전시는 7월 17일까지. 어린이들이 전시 보기를 꺼린다면, 박물관 1층의 별도 공간에 마련된 어린이박물관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