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세 기회 늘었지만, 감염병 우려에 조심조심
유권자들도 "아직은 글쎄… 신체접촉은 않는 게 나을 듯"
"거리두기 풀렸지만"…마냥 웃지 못하는 선거 출마자들(종합)
"한 곳에서 늦은 시간까지 많은 유권자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게 된 건 좋지만, 여전히 대면 선거운동을 하기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감염 걱정 때문에 다가가서 명함 한 장 건네는 것도 눈치가 엄청나게 보입니다.

"
6·1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부산의 한 광역의원 예비후보가 21일 연합뉴스와 만나서 한 푸념 섞인 말이다.

지난 18일부터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돼 '오프라인' 선거운동 기회가 많아졌지만, 지방선거 출마자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영업시간과 모임인원 제한이 풀려 한꺼번에 많은 유권자를 만나 얼굴을 알릴 수 있는 유세 시간이 늘어나면서 선거운동 효율이 높아진 것은 출마자들에게 다행이다.

그러나 새로운 오미크론 변이가 출현하는 등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대면 선거운동을 마음껏 하기에는 여전히 조심스럽다는 반응도 만만찮다.

"거리두기 풀렸지만"…마냥 웃지 못하는 선거 출마자들(종합)
◇ 행사·모임 제한 풀려 발로 뛰는 유세 가능…"힘난다"
부산에서 기초의원에 출마한 정치신인 A씨는 거리 두기 해제가 누구보다 반갑다고 한다.

그는 "대선 영향으로 예비후보 등록이 늦어진 데다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얼굴 알릴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대면 유세를 강화하고 있다"며 "유권자를 직접 만나 이름과 얼굴을 알리니 정치신인 선거운동에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수원시장 한 예비후보 선거캠프 측은 "그동안 각종 행사를 하거나 참석할 때 인원 제한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는데 그런 문제가 사라지니까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면서도 "유권자를 만날 땐 마스크는 항상 착용하고 수시로 손을 소독하고 있다"고 했다.

부산 한 광역의원 예비후보도 "늦은 밤까지 식당과 술집이 몰려 있는 유흥가를 돌며 선거운동을 한다"면서 "거리두기 해제 전에는 영업시간 제한도 있고 사람도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사람도 많고 시간도 길어져 선거운동 하기가 편해졌다"고 말했다.

성남시 분당구에서 광역의원에 출마하는 한 예비후보는 "거리 두기가 해제된 후부터 유권자들 표정이 밝아진 것 같다"면서 "코로나19로 누구보다 어려움을 겪은 시장 상인이나 자영업자들을 만나 한 표를 호소하는데도 그만큼 부담이 줄었다"고 전했다.

일부 출마자들은 공원이나 관광지에서 선거유세를 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더불어민주당 한 수원시장 예비후보는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많은 시민이 야외활동을 함에 따라 유세도 실외 위주로 하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수원역에서 후보와 사무원들이 명함을 돌리고, 많은 사람이 몰리는 공원 등지에서 유세하는 등 야외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부산진구 한 광역의원 예비후보는 이번 주말부터 많은 사람이 몰리는 서면과 부산시민공원, 어린이대공원 등지에서 유세 활동을 집중하기로 했다.

"거리두기 풀렸지만"…마냥 웃지 못하는 선거 출마자들(종합)
◇ "코로나19 종식 안돼 감염 불안"…명함 내밀기도 눈치
하지만 한편에서는 아직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았고 새로운 변이도 계속 나오면서 감염 불안이 여전해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

한 대구시장 예비후보는 "시민이 먼저 악수를 청하면 하지만 먼저 악수를 청하지는 않는다"면서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닌 만큼 아직 명함 드리기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는 "비대면 방식으로는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활용하고, 대면 방식으로는 번화가에서 유권자들과 멀찌감치 떨어져 인사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에서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한 예비후보는 직접 접촉을 최대한 지양한 채 공약이 담긴 피켓을 등에 메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부산 영도구 광역의원에 출마하는 한 예비후보는 "아직은 작은 신체 접촉도 꺼리는 유권자들이 많다"면서 "거리에서 인사를 할 때나 명함을 줄 때나 악수를 할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순간적인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유권자들 가운데도 아직은 선거 후보와의 접촉을 꺼리는 사람이 많다.

홍익대 학생 김수아(21) 씨는 "명함 정도는 받을 것 같지만, 악수는 감염이 우려돼 안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정수(23) 씨도 "후보자가 악수를 한두 명과 하는 것도 아니고 엄청나게 하면서 돌아다닐 텐데 좀 찜찜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정종량(69) 씨는 "수십, 수 백명이 모여 유세를 하다 보면 재확산 우려가 매우 크다고 본다"며 "후보 명함을 줘도 안 받을 거고, 악수하려고 하면 주먹인사로 대신하려고 한다"고 했다.

대구 수성구에 사는 40대 유권자도 "거리두기가 해제됐지만 여러 사람과 악수하고 말을 섞은 후보들이 너무 가깝게 다가오는 것은 여전히 꺼려진다"며 "1~2m 거리를 두고 말을 건네도 충분히 들리는 만큼 신체 접촉은 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호 김현태 이우성 임성호 윤우성 오수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