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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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코로나19 확산 이후 1시간씩 단축한 은행 영업점의 운영 시간을 엔데믹(전염병의 풍토병화) 이후에도 유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수 전국은행연합회 회장이 이끄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측도 크게 반대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금융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첫 상견례를 하고 올해 산별중앙교섭에 돌입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2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고객들도 그동안의 은행 운영 방식에 적응한 것 같다"며 "현재 수준의 은행 영업시간을 유지하더라도 고객들이 큰 불만을 갖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은행들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노사 협의를 거쳐 영업점 영업시간을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단축했다.

다만 지난 19일 상견례 자리에서는 영업시간 단축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박 위원장은 강조했다. 그는 "영업시간 단축은 앞으로 논의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하지만 사용자협의회가 상견례 자리에서 이 얘기를 꺼내지 않은 것을 보면 상대측도 (영업시간 단축 유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사용자협의회는 영업시간 단축 유지 방안에 대해 뚜렷하게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사용자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사용자협의회가 금융노조의 입장에 편승할 이유는 없다"면서도 "영업시간 단축과 관련된 부분은 앞으로 산별교섭에서 논의할 예정"이라고만 설명했다. 은행권 일각에선 영업시간 단축을 유지하는 게 노조가 그동안 요구했던 '점심시간 셧다운'보다는 사용자협의회 측이 수용하기 쉬운 내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 산별 노사는 내달 다음 교섭을 열 예정이다. 노조가 제시한 단체협약 요구안에는 '주 4일제 도입'도 포함됐다. 박 위원장은 "급속한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심화하는 금융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와 피로 해소, 재충전, 직무능력 향상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며 "올해 교섭이 노사 모두에게 실효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기를 당부한다"고 했다.

은행들이 영업시간 단축을 유지할 경우 여론의 향방이 주목된다.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지점을 속속 폐쇄하고, 디지털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노인들의 금융 소외 현상이 빚어지는 등 불만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짧은 은행 영업시간을 코로나19 확산 이후 더 줄인 데 대해 불만을 표하는 직장인도 적지 않다. 국민은행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여는 '9To6' 영업점을, 신한은행이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문을 여는 '9To8' 영업점과 토요일에 문을 여는 영업점을 선보인 것도 이런 이유와 무관치 않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