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금리 급등과 대출 규제, 부동산 거래 부진 등의 여파로 금융권 가계대출이 내리 감소하는 가운데서도 저축은행과 온라인투자연계(P2P) 시장은 조용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은행 대출이 어려운 중·저신용자가 연 10%대 초중반 금리로 급전을 조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 때문이다.

은행 추격하는 P2P업체…대출액 올들어 20% 급증
20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 중앙기록관리기관에 따르면 전날 기준 P2P업계 총대출 잔액은 1조3347억원으로 지난해 말(1조1151억원)보다 20%(2196억원) 늘었다. 이 중 93%는 가계대출이었다. 금융당국에 등록된 업체만 영업할 수 있도록 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시행된 지난해 8월 말(6798억원)과 비교하면 대출 규모가 두 배로 증가했다.

업계에선 은행 대출을 못 받는 중·저신용자의 급전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P2P 업체는 기존 금융사와 달리 총량 규제는 물론 LTV(담보인정비율)·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도 받지 않아 이미 대출이 많은 사람이 추가로 대출받을 때도 문턱이 낮은 편이다. 한 P2P 업체 관계자는 “부동산담보대출 평균 금액이 9000만원 정도인데 이용자의 70~80%가 자영업자”라며 “부동산 규제를 피하려는 ‘빚투’보다는 생활자금 목적 대출이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신용점수가 600점대인 저신용자가 2금융권에서 추가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금리가 연 15% 이상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많지만 P2P 대출은 연 12~13%대로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이후 은행 가계대출이 사상 처음으로 4개월 연속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들어 3월까지 국내 금융권 가계대출은 4조6000억원 줄었고, 감소분의 대부분은 은행(3조6000억원) 대출이었다. 반대로 저축은행 대출은 4000억원, 보험사 대출도 3000억원 늘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율을 지난해의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만큼 올 1분기에는 대출 심사를 더 강화했는데도 가계대출이 계속 늘고 있다”고 했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20%대였던 가계대출 증가율을 올해 10~15%로 줄여야 한다. 이 관계자는 “2금융권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중·저신용자의 자금 실수요가 여전히 큰 점을 감안해 올 2분기에는 대출 문턱을 좀더 낮출 예정”이라고 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