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시설 심각한 포화……자연 치유자들까지 뒤늦게 격리소 이송
감염자·치유자 한데 엉켜 재감염 우려…"쓰레기처럼 버려진 심정"
[상하이는 지금] 새벽 현관문 연 공안…자연 치유 94세 노인 격리소行
19일 새벽 3시 무렵, 94세 할머니와 74세 아들 둘이 사는 중국 상하이 푸퉈구의 한 주택 현관문 앞에 하얀색 방역복을 입은 공안과 주민위원회 관계자들이 찾아왔다.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 대답이 없자 이들은 열쇠공을 불러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가기 싫다며 저항하는 할머니와 아들을 격리시설로 이송했다.

집에 있겠다면서 버티는 할머니를 이불에 싸 강제로 옮기는 과정에서 할머니가 바닥에 떨어지기까지 했다.

외손녀 즈예씨는 19일 소셜미디어 웨이보에서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겪은 일을 공개하면서 "왜 새벽 3시에 데려가는 것인가? 도대체 왜?"라고 한탄했다.

이들이 꼭두새벽에 격리소로 끌려간 건 며칠 전 코로나19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양성 반응을 보인 것은 지난 13일이었다.

당국은 이들이 고령인데다 고혈압과 심장병 등 지병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가격리를 하도록 했다.

그런데 갑자기 18일 '정책이 바뀌었다'며 할머니 가족에게 격리시설로 옮기라는 통보가 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 모두 자연 치유돼 신속항원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으니 집에 머무르게 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격리소 이송 요구가 뒤늦게 떨어지면서 이미 치유된 두 사람이 많은 환자와 밀집된 곳에서 함께 생활해 재감염 우려가 있는 격리시설에 수용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미 완치된 할머니와 외삼촌을 집에 머물게 해 달라는 즈예씨의 공개 호소는 중국 인터넷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심각한 격리시설 수용 적체 문제로 코로나19에 걸렸다가 자연 치유된 사람들을 재감염 우려가 있는 격리시설에 가두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를 두고 사회적 논쟁도 일어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즈예씨가 올린 글에 단 댓글에서 "소위 말하는 '코로나 항전'은 인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것"이라며 "'격리 필요 대상자는 반드시 격리한다', '제로 코로나' 같은 정책이 어떠한 대가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라면 그 대가는 인민의 생명과 안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강력한 '제로 코로나' 원칙을 고수하는 중국은 코로나19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은 물론 '1차 밀접접촉자', '2차 밀접접촉자'까지 호텔, 대형 컨벤션센터, 체육관, 학교, 공장 등을 개조해 만든 임시 격리시설로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상하이에서 지난달 1일 이후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발생, 40만 명이 넘어서면서 실제로 '감염자 전원 즉각 격리' 원칙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당국이 격리시설을 계속 확충하지만, 상하이에서 가동 중인 임시 격리시설의 병상은 30만 개에 미치지 못한다.

감염자와 밀접 접촉자까지 이미 격리된 사람은 최소 5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상하이에서 하루 신규 감염자만 연일 2만 명가량이 쏟아지고 있다.

격리시설 건설 속도가 도저히 격리 대상자 규모를 쫓아갈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최근 코로나19 핵산(PCR) 검사나 신속 항원검사에서 양성을 받아도 자택에 한동안 머무르다가 일러야 수일 이후에나 격리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기자가 사는 창닝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지난 15일 핵산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인 사람이 발견됐지만, 사흘 뒤인 18일에서야 격리시설로 옮겨졌다.

그나마 이는 최근 국면에서 매우 빠른 이송 사례다.

심한 곳은 코로나19 양성 환자가 일주일 이상 집에서 머무르다가 격리소로 이동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미 치유된 이들도 적지 않다.

상하이의 한 체육관에 마련된 격리시설로 이송된 한 상하이 시민은 웨이보에 올린 글에서 "확진 5일 만에 왔는데 이때는 이미 항원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바뀐 상태였다"며 "검사를 다시 하지 않고 나를 기어이 격리시설로 데려왔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증상이 있는 사람들, 곧 나을 사람들, 이미 나은 사람들이 모두 한 체육관 안에 있어 마치 쓰레기처럼 한 데 버려진 것 같다"고 비참한 심경을 토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