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부총리 부친 둔 40대 야당 부대표 상대로 여성 십 여명 "성추행당해"
발탁한 당 대표는 대국민 사과하고 여성 권익·평등 정부위 위원장서 사퇴
유명 2세 정치인 연루 '미투 태풍'…태국 사회·정치권 강타
태국 정치권의 40대 유망주로 평가받던 유명 2세 정치인이 연루된 성추행 파문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17년 전 세계를 강타한 '미투'(권력형 성폭력 고발 운동) 캠페인 당시 무풍지대나 다름없었던 태국에 뒤늦게 미투 태풍이 불어닥치는 모양새다.

20일 타이PBS 방송과 네이션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린 파니치팍디(44) 전 민주당 부대표를 성추행 및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여성이 전날까지 14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쁘린 전 부대표는 2002~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을 지낸 수파차이 파니치팍디 전 태국 부총리의 아들이다.

부친의 후광에 힘입어 약 3년 전 야당인 민주당의 제2인자 자리에 오르면서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키워왔다.

그러나 지난 12일 10대 여학생 한 명이 쁘린이 술집과 호텔에서 강제로 자신의 몸을 더듬고 키스했다며 성추행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파문이 일었다.

이후 '나도 당했다'며 여성들이 잇따라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파문이 급속도로 확산했다.

이 중에는 내달 22일 치러질 방콕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던 한 여성 정당인도 포함됐다.

그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고소라는 의혹이 일각에서 나오자 선거 출마를 철회하면서까지 진실성을 강조했다.

쁘린 전 부대표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그는 "나는 결백하다.

나를 아는 이들은 내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안다"며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은 지난주 쁘린에 대해 보석을 허가하면서도, 법원의 허가 없이는 해외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성추행 스캔들 불똥은 민주당 대표인 쭈린 락사나위싯 부총리 겸 상무장관에게로 튀었다.

민주당은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에 참여하고 있다.

쭈린 부총리는 약 3년 전 쁘린을 당의 부대표로 발탁한 인물이다.

태국 여성단체는 이번 사건이 공론화한 직후 쭈린 부총리에게 그가 위원장으로 있는 여성 권익향상 및 평등 관련 정부 위원회 두 곳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쭈린 부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쁘린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여성단체 요구를 수용해 정부위원회 두 곳의 위원장직에서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쁘린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서는 자신과 당 지도부가 책임이 있다면서, 당은 그의 사법 처리 과정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요구는 거절했다.

쁘린 전 부대표의 성추행 스캔들은 내달 방콕 시장 및 시의원 선거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건과 관련, 타이PBS 방송은 민주당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태국 사회 전반에 충격을 던졌다고 보도했다.

방콕포스트도 몇 몇 여성이 침묵하라는 압박에 맞서 자신들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만큼, 이번 사건은 태국 사회에서 획기적인 일로 비치고 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