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 프로그램 대부분 무료…국적·종교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 가능 각산스님 "푹쉬고 놀다보면 깨칠 것"…26일까지 개원 기념 '간화선 대법회'
국내 첫 '국민 선방(禪房·참선방)'을 표방하는 경북 문경 세계명상마을이 20일 공식 개원한다.
2015년 전국선원수좌회의 고우·적명스님 등 한국 대표 선승들이 건립에 뜻을 모은 뒤로 7년 만에 이룬 결실이다.
조계종 종립선원인 봉암사 인근에 있는 세계명상마을은 8만4천여㎡(2만5천410평) 부지에 명상관 2동과 수행자 숙소, 세미나실과 명상 카페 등이 있는 다목적 기능의 웰컴센터가 들어섰다.
'중(中)선방'이라 불리는 명상관 한 곳은 100명이 넘는 이들이 동시에 좌선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널찍하다.
웬만한 선원에 있는 선방보다 크다.
이곳에는 외국인 수행승과 국내 선승의 개인 수행처인 '숲속 꾸티(kuti), 일반인들의 개인 수행처인 '2층 꾸띠', '숲속 명상길'이 추가로 들어설 예정이다.
세계명상마을을 찾는 이들은 한국불교 전통 수행법인 간화선을 중심으로 호흡명상으로 불리는 초기불교 수행법을 통합 수행할 수 있다.
열린 선방을 지향하는 세계명상마을의 특징은 수행 프로그램이 대부분 무료라는 점이다.
두 달에 한 번 열릴 예정인 '9일 화두 명상 집중수행', 평일 선(禪)스테이는 내·외국인, 불자든 비불자든 국적·종교 구분 없이 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다.
매주 금∼일요일 열리는 '3일 집중 수행' 프로그램만 참가비가 있다.
수행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에게는 매일 시간표에 따라 좌선, 걷기 명상 등 다양한 수행 기회가 주어지지만, 어느 정도 참여할지는 참가자 자율이다.
다만, 수행 참가자는 전국에서 선승으로 이름을 알려온 승려 53명이 돌아가며 진행하는 수행 점검 시간에는 참석하도록 안내를 받는다.
수행 참가 기간 최소 한번은 마련되는 이 시간은 참가자들이 선승에게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자리다.
개인 고민 상담부터 선문답까지 나눌 수 있다.
세계명상마을 선원장 각산스님은 전날 기자와 만나 수행 프로그램 운영방식을 설명하며 "여기서는 수행하는 게 아니고 와서 푹 쉬고 놀라는 것"이라며 "그러면 어느 날 (선승에게) 묻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놀고먹더라도 수행 지도에 나선 선승들과 이야기 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은 깨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세계명상마을에서는 매년 '대한민국 청년희망 캠프'도 열 예정이다.
캠프 동안에는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 등 명상 스승 초청 강연, 단기 출가학교 등이 함께 진행된다.
이날 오후 세계명상마을 개원식에 이어서는 전국선원수좌회가 격년마다 열어온 '간화선 대법회'가 이곳에서 개막한다.
26일까지 계속되는 간화선 대법회는 코로나19 사태로 한동안 연기됐다 3년 7개월 만에 열린다.
대법회가 열리는 일주일간 3박 4일씩 두 차례에 걸쳐 집중 수행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집중 수행에는 불교계에서 큰스님으로 평가받아온 고승 7명의 설법을 듣는 자리도 마련된다.
첫날 공주 학림사 조실이자 조계종 원로회의 의장인 대원스님을 시작으로 21일에는 전국선원수좌회 대표 영진스님이 법문에 나선다.
22일에는 산문 밖에서 첫 법문에 나서는 '아흔의 노승' 부산 범어사 방장 지유스님, 23일 대흥사 정찬스님, 24일 축서사 조실 무여스님, 25일 석종사 조실 혜국스님, 폐막일인 26일에는 조계종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 성파스님이 승려들과 불자들 앞에서 간화선이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