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 위해 개정된 법 작년 시행됐지만 법-협약 간극 여전
노동계 "협약 맞춰 추가 법 개정"vs경영계 "국내법 적용 원칙 확립"
결사자유 보장 등 ILO 핵심협약, 오늘부터 국내법과 같은 효력
결사의 자유를 보장하고 강제노동을 금지하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3건이 20일부터 국내법과 같이 효력을 발휘한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이날 발효되는 ILO 핵심협약은 지난해 비준한 강제노동 금지협약인 29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 협약인 87호, 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협약인 98호다.

정부는 ILO 핵심협약 비준을 추진하면서 '선(先) 노동조합법 개정, 후(後) 협약 비준'이라는 전략을 택했다.

비준을 위해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동조합법), '교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교원노조법), 공무원의 노동조합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공무원노조법)이 지난해 7월 이미 시행됐기에 20일부터 제도상 뚜렷한 변화가 있지는 않다.

다만 국내법과 ILO 핵심협약이 충돌하는 부분이 있어서 '혼란'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작년 7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해고자 등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근로시간 면제 한도를 초과하는 단체협약은 무효로 하고 사용자가 이 한도를 초과해 노조전임자에게 급여를 지급하면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사법정책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협약 비준 전 법령이 정비됐지만, 국제노동기준 사이 차이점이 완전히 극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 "법원은 재판 당사자가 국제노동기준에 근거해 주장을 펼치면 국내법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할 수 없고 국제노동기준을 법률 적용·해석의 기준으로 직접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국내 노동조합법 및 관련된 판례와 ILO 입장이 부딪치는 지점 중 하나로 노동조합법이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된 노조'를 금지하는 점을 들었다.

정부는 순수자영업자 등이 '근로자가 아닌 자'에 해당한다고 본다.

근로자가 아닌 자가 가입된 노조를 금지하는 점은 노조 가입대상 등을 노조가 자율적으로 정해야 한다는 ILO 입장과 배치된다.

기업별 노조 대의원·임원을 '종사자인 조합원'으로 한정한 부분도 ILO 입장과 합치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노동조합법이 '주로 정치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노조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한 점도 '일반적인 근로자에 대해 직접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회·경제정책에 견해를 표명하는 정치파업을 허용해야 한다'라는 ILO 입장와 부합되지 않는다.

경영계는 ILO 핵심협약 발효 후 노동계가 노사관계 문제를 ILO로 가져가 '국제이슈화'해 국내기업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무역분쟁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19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내놓고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핵심협약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국내법 적용원칙을 확립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경영계와 달리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자는 입장이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노조법이 개정되긴 했지만, 특수고용노동자 등의 노동삼권이 보장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합법파업 조건이 까다로워 합법적으로 파업하기 매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해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법을 근거로 ILO 기본협약이 부과한 의무를 불이행하지 말고 더 나아가 협약에 맞춰 노조법을 추가 개정해야 한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노동부는 ILO 핵심협약 내용이 포괄·추상적인 만큼 개별 사안에 어떻게 협약을 적용할지는 법원이 협약 취지와 국내법을 연계해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 구체적인 사안을 두고 ILO에 제소가 이뤄진다면 "국내법 규정 취지와 필요성 등을 충분히 설명하고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노동부는 ILO 핵심협약이 국내법 상위에 있어 우선해 적용돼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지므로 ILO 핵심협약이 국내법의 상위법으로 기능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