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영표는 애초 1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 선발 등판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건너뛰고 19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에 선발 출격했다.
이 감독이 다급한 상황에서도 고영표의 선발 등판을 미룬 건 고영표가 LG를 상대로 워낙 빼어난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고영표는 지난해 LG전에 6차례 등판해 3승 1패,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했다.
고영표를 이날 화요일 경기에 내면 일요일인 NC 다이노스전까지 주 2회 등판이 가능하다는 점도 염두에 뒀다.
고영표는 지난해 NC전에 3번 등판해 2승에 평균자책점 2.08로 잘 던졌다.
이 감독 입장에선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였던 셈이다.
이 감독의 계산은 그대로 적중했다.
고영표는 이날 LG를 상대로 또 한 번 '쌍둥이 킬러'의 면모를 보였다.
5회말까지 60개의 공으로 LG 타선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막을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6회말 볼넷과 몸에 맞는 공, 안타로 1사 만루 위기를 맞았지만, 무실점으로 끝냈다.
고영표는 7이닝 1안타 무실점 호투로 팀의 5-0 승리를 이끌며, 시즌 첫 승리를 수확했다.
투구 수는 89개에 불과했다.
지난 12일 수원 두산 베어스전 이후 6일 휴식 후 등판이었고, 긴 휴식 덕분에 공 끝에 힘이 실렸다.
경기 뒤에 만난 고영표는 "최근 타이밍이나 리듬이 좋지 않아서 하루 이틀 쉬고 정리를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감독님이 배려해주신 것 같다"고 이 감독에게 고마워했다.
그런데 타이밍이나 리듬이 잡힌 게 추가 휴식 덕분만은 아니었다.
고영표는 "LG만 만나면 이상하게 타이밍이나 리듬이 좋아지는 것 같다"며 "안 좋다가도 LG만 만나면 좋아지는 것 같아서 신기하다.
지난해에도 안 좋다가도 잠실이나 수원에서 LG를 만나면 좋아졌다"고 했다.
고영표는 앞선 2경기에서 잘 던지고도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6일 SSG 랜더스전에서 8이닝 5안타 3실점, 12일 두산전 6이닝 5안타 2실점을 기록했다.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다했지만, 타선 도움을 받지 못했다.
LG전은 모든 게 잘 풀렸다.
안 좋았던 타이밍과 리듬이 되살아났고, 팀 타선은 5회초 5득점 빅이닝에 성공하며 확실하게 지원 사격했다.
그는 "kt가 항상 5강 안에 드는 팀이 될 수 있도록, 그리고 올해도 팀이 한국시리즈에 갈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목표"라며 "개인적으로는 투수 골든글러브가 욕심나고, KBO 최고의 투수가 되는 게 목표지만 일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걸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국가대표팀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고영표는 "국가대표를 한다는 것은 프로 선수로서 자부심"이라며 "대한민국 야구에 기여하고 싶고, 대표팀으로 나가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이미 병역을 마쳐 아시안게임에 나간다고 해도 특별한 메리트가 없지만, 고영표는 개의치 않았다.
고영표는 "태극마크에 득실을 따지는 건 아닌 것 같다"고 잘라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