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 강화 등을 골자로 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이 20일 발효된다.

경제계가 노사 교섭 혼란과 정치파업 확대를 우려하는 가운데 노동계는 노동관계법 추가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어 마찰이 예상된다.

19일 국회와 노동계에 따르면 29호(강제노동 금지), 87호(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98호(단결권과 단체교섭권) 등 3개 ILO 핵심협약이 20일 발효된다. 이들 핵심협약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비준이 추진됐다. 2020년 12월 국회에서 비준안과 노동조합법 등 관련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통과됐고, 지난해 4월 ILO에 비준서가 기탁됐다. 개정 노동관계법은 핵심협약에 따라 △실업자·해고자의 기업별 노조 가입 허용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 조항 삭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경제계는 노사 관계가 새로운 갈등에 접어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8일 발간한 ‘이슈보고서’를 통해 “ILO 핵심협약 발효로 현행 노조법이 지나치게 노동계 편향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교섭 질서 혼란과 분쟁 확대도 우려된다”고 밝혔다. 특히 CJ대한통운에서 첨예하게 대립했던 ‘하청 근로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등이 본격 쟁점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경총은 또 “노동계가 ILO에 진정 등을 통해 국내 노사 문제를 국제 이슈화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경총은 노조의 무리한 요구가 발생하지 않도록 핵심협약과 관련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고, 대체근로 허용과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 등 보완 입법을 추진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

노동계는 개정 노동관계법이 핵심협약 취지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되레 추가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정책 파업 허용 △근로시간면제 한도 규정 삭제 △파업에 대한 형사 처벌 제한 △사업장 전면 점거 허용 등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20일 국회에서 노동관계법 개정을 요구하는 공동 토론회를 열기로 했다.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동계가 핵심협약에 근거한 실력 행사에 나서면 노동시장 개혁을 내건 차기 정부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