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줄어들었던 ‘빚투’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이션 압박 등 악재 속에도 국내 증시가 저점이라는 인식 속에 개미들이 적극적으로 저점 매수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2조2067억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23조원대에서 2월 21일 20조7250억원까지 감소세를 보였다. 이후 반등하기 시작해 이달 들어 22조원을 다시 넘겼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한 돈을 의미한다. 개인이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 뒤 아직 갚지 않은 금액이다. 통상 주가가 상승 국면일 때 늘어난다. 최근엔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는 상황 속에서도 신용거래가 증가했다.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다시 늘어난 이유는 ‘국내 증시가 바닥을 쳤다’는 인식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지수가 지난 1월 28일 2591까지 내려가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됐지만, 이후 27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자 저점 인식이 확산됐다는 분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들의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개인투자자가 사료주·비료주 같은 변동성이 큰 중·소형주에 베팅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빚투를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이자율을 잇달아 올리면서다. 교보증권은 지난 18일부터 융자 기간(61~90일)의 이자율을 연 8.4%에서 8.6%로 0.2%포인트 올렸다. 미래에셋증권은 금리 산정방식을 체차법(사용 기간별로 이자율을 적용해 합산하는 방식)에서 소급법(전체 대출 기간에 동일 이자율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바꾸면서 기간별 신용융자 금리를 0.9~0.17%포인트 올렸다. 다올투자증권, IBK투자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도 일부 구간에 대해 이자율을 높였다.

다만 단기 투자에 집중하는 신용거래 투자자의 특성상 연 이자율이 오르더라도 전체적인 투자 심리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