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는 국내 반도체·정보기술(IT)업계에 연봉 인상이 도미노처럼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업계 호황, 인공지능(AI)·디지털전환(DX) 시장 성장 등으로 엔지니어와 개발자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 및 스타트업들과도 구인 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기업 간 ‘임금 치킨게임’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17일 IT업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8%대 연봉 인상안을 마련하고 상대 업체 움직임을 살피고 있다. 이는 지난해 인상률보다 높거나 비슷하고, 2020년 대비로는 2~3배 높은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8%대 인상을 확정하면 10년 만의 최대 인상폭이다. 한 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어느 한쪽이 먼저 사측 인상률을 정하면 최소 0.1%포인트라도 더 높은 숫자를 부르겠다며 눈치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시스템 반도체 기업인 DB하이텍은 신입사원 초임을 연 4800만원으로 14.3% 인상하고 성과급 상한선도 연봉의 50%로 올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이탈하는 인력을 막기 위한 선제 조치다. 이 밖에 카카오는 작년 대비 15%,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LG CNS 등은 10% 인상을 결정했다.

선한결/곽용희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