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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은 바이오기업 투자 못하고…'약 자판기'도 3년째 공회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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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꼬는 텄지만 갈길이 멀다
    국내 의료기관은 은행 대출을 제외하면 사실상 외부 투자를 받을 수 없다. 의료진이 개발한 기술을 바탕으로 창업한 기업 등에 병원이 투자하는 것도 금지돼 있다. 병원들의 투자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됐지만 ‘의료 영리화’ 논쟁에 휘말려 공전 중이다. 바이오헬스 산업 육성을 위해선 여전히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7일 미국 메이요클리닉벤처스에 따르면 세계 1위 병원인 메이요클리닉 기술을 기반으로 창업한 기업은 274곳이다. 메이요클리닉 의료진의 연구개발(R&D) 성과물을 기술 이전해 기업들로부터 벌어들인 수익도 1조1000억원이 넘었다. 5년 전인 2017년 5400억원이던 것을 고려하면 5년 만에 두 배로 증가했다.

    메이요클리닉벤처스는 1985년 문을 열었다. 메이요클리닉 의료진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이곳을 통해 기술 창업에 나서는 것은 물론 투자도 받을 수 있다. 한국에선 이런 기관을 설립하는 게 불법이다. 의료기관이 직접 투자기관을 세우고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을 병원 운영에 활용하는 것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연구 중심 병원의 기술 창업을 확대하기 위해 2018년 병원도 기술지주회사(산·병협력단)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 투자 물꼬를 트겠다고 약속했지만 ‘의료 서비스가 영리화될 것’이란 시민단체 반대에 막혀 없던 일이 됐다. 김상은 비아이케이테라퓨틱스 대표(서울대 의대 교수)는 “고려대병원 등 대학 산하 병원은 대학 지주회사로 우회해 창업을 지원하지만 수익이 나더라도 이를 병원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막혀 있다”며 “나머지 병원은 이마저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투자개방형 병원도 마찬가지다. 인천 송도에 미국 대형병원을 유치해 세계 의료관광 중심지로 키우겠다던 김대중 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시민단체 반발에 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제주도에 문을 열기 위해 준비하던 ‘동네병원’ 규모의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마저 좌초 위기에 놓였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바이오헬스 규제 완화’ 청사진을 내놓지만 실현 과제는 거의 없다. 의사 약사 등의 이해관계에 막혀서다. 소비자가 집에서 유전자 분석을 의뢰하는 DTC(소비자 직접 의뢰)는 서비스 대상이 웰니스로 제한돼 있다. 업계에선 질병 진단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의사들이 반대한다.

    늦은 밤 약국 앞에 ‘약 자판기’인 화상투약기를 설치하겠다던 정부 약속은 약사 반대에 막혀 3년째 공전 중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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