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비행거리 등 KN-23에 못미쳐…구형 'KN-02 독사' 대체 의도
'전술핵 운용' 주장했으나 아직 '핵탄두 소형화' 증거 없어
북한이 전날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소형화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로 전문가들은 17일 평가했다.

앞으로 북한은 구형 'KN-02 독사' 고체형 지대지미사일을 이 신형 유도무기로 대체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시험 발사했다.

발사일은 밝히지 않았으나 합참 공지를 보면 전날 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합참은 이날 북한이 전날 오후 6시께 함흥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2발의 발사체를 포착했으며, 고도 약 25km로 110㎞를 비행했다고 공지했다.

최고속도는 마하 4.0 이하로 포착됐다.

북한이 공개한 발사 사진을 보면 이동식발사차량(TEL)에 탑재된 발사관에서 발사됐다.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와 같이 TEL에서 발사했지만, 발사관을 떠난 유도무기 외형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와 매우 유사했다.

KN-23을 축소한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번 유도무기의 비행거리와 고도, 최고속도는 KN-23의 일반적인 제원에 못 미치는데, 군 당국은 기존의 KN-23과 형태는 유사하지만 크기를 축소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앞서 지난 1월 14일 평북 의주에서 발사한 KN-23은 고도 36㎞, 비행거리 430㎞, 최고속도 마하 6 내외로 탐지된 바 있다.

사거리 400∼600㎞ 안팎인 KN-23은 비행 종말 단계에서 요격을 회피하기 위해 '풀업'(pull-up·활강 및 상승) 기동을 하는 특성이 있고 터널과 나무숲 등에 숨어 있다가 개활지로 나와 2발을 연속 발사한 뒤 재빨리 은폐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전문연구위원은 "북한이 오늘 공개한 신형 전술유도무기체계는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3분의 2수준으로 소형화한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북한군 포병부대가 직접 운영하는 탄도미사일로 KN-02를 대체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독사'라는 별칭이 붙은 북한의 KN-02 미사일은 구소련의 SS-21을 기반으로 제작된 구형 단거리탄도미사일로, 북한은 전략군이 아닌 포병사령부가 이 미사일을 담당한다.

일각에서는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가 KN-23과 KN-24(북한판 에이태큼스)의 기술적 장점을 결합해 개발한 '신형 전술지대지미사일' 가능성도 제기한다.
북한의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한국군이 개발 중인 한국형 전술지대지미사일(KTSSM)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소형 미사일은 최근 미국이 육군 포병에서 운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PrSM(프리즘·차세대 지대지미사일)이나 현재 운용 중인 에이태큼스(ATACMS)와 비교해 소형"이라면서 "국내에도 유사체계 개발사례가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군은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북한판 에이태큼스와 유사한 전술 지대지미사일(KTSSM)을 개발 중이다.

전술 지대지미사일은 GPS(인공위성위치정보) 유도 기술을 통해 북한의 장사정포와 미사일 기지 등을 무력화하는 '킬체인'의 핵심 전력이다.

지하 관통형으로 개발할 계획이어서 갱도에 숨은 장사정포까지 제거할 수 있어 '장사정포 킬러'로도 불린다.

북한이 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분류상 단거리 탄도미사일보다 더 사거리가 짧은 전술 단거리 탄도미사일(CRBM. Close-Range Ballistic Missile)로 분류할 수 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미국은 단거리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짧고 다연장로켓과 유사한 특징을 가진 사거리 300km 이하의 단거리 발사체를 SRBM(단거리 탄도미사일)이 아닌 CRBM으로 분류하고 있어, 이 미사일 역시 CRBM으로 분류 가능하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초기에 탐지된 제원이 공개할 수준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면서 "제원과 관련 동향을 고려시 미사일이 새 형태일 가능성에 대해 추가분석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번 시험 발사한 무기에 대해 "당 중앙의 특별한 관심 속에 개발돼 온 이 신형전술유도무기체계는 전선장거리포병부대들의 화력 타격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키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이 신형 전술유도무기에 소형 핵탄두 탑재를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아울러 김정은 위원장이 "나라의 방위력과 핵전투 무력을 더 한층 강화하는 데 나서는 강령적인 가르치심을 주셨다"고 중앙통신은 전했다.

'핵전투 무력' 용어는 지난 5일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의 담화에서도 나왔다.

당시 김여정은 "남조선이 우리와 군사적 대결을 선택하는 상황이 온다면 부득이 우리의 핵 전투 무력은 자기의 임무를 수행해야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술핵이나 핵전투 무력은 모두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한다는 뜻이다.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려면 핵탄두를 500~600㎏ 수준으로 소형화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에 소형 핵탄두를 탑재할 '소형화 기술'을 확보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아직 식별되지 않고 있다.

군 당국도 북한이 소형화 기술 완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