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식' 대신 '동거'…정은경 "코로나와 함께 일상재개"
전면해제 시점 성급하단 우려도…재유행시 거리두기 회귀
[다시 일상으로] 757일만에…내일부터 거리두기 풀린다
지난 2년여간 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하는 핵심 방역 수단이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18일 종료된다.

팬데믹 사태를 서서히 '엔데믹'(풍토병) 체제로 전환하면서 일상회복을 시도하는 것이다.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도 완전히 없어진다.

행사·집회는 인원 제한 없이 개최할 수 있게 되며, 영화관·공연장에서의 취식도 가능해진다.

종교시설과 일부 사업장에 보름간 '운영제한'을 권고하는 첫 행정명령이 내려진 2020년 3월 22일을 시작 시점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는 것은 757일, 약 2년 1개월 만이다.

방역당국이 거리두기 개념을 처음으로 언급하면서 외출과 사람 간 접촉 자제를 당부했던 2020년 2월 29일을 기준으로 하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기간은 한달 정도 더 길어진다.
[다시 일상으로] 757일만에…내일부터 거리두기 풀린다
정부는 유행 상황에 맞춰 사적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 등을 강화하거나 소폭씩 완화하는 식으로 그동안 유행의 파고를 넘어왔다.

지난해 1월에는 전국적으로 '5명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적용하면서 대응 수위를 높였고, 수도권의 유행이 거셌던 때에는 한시적으로 야간 사적모임 인원을 2명으로 제한하는 등 고강도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해 11월에는 '단계적 일상회복'을 내세워 다중이용시설의 영업시간 제한을 풀기도 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식당·카페의 영업시간을 다시 오후 9시로 제한하는 거리두기로 회귀했다.

이후 소폭의 완화를 거듭하면서 현행 '10명-밤 12시' 규제까지 이어졌다.

정부는 오미크론 대유행이 여전히 진행 중이기는 하지만, 정점은 지났다는 판단에 따라 '오미크론 이후'에 대응하기 위한 새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기존 거리두기 체계를 해제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일상으로] 757일만에…내일부터 거리두기 풀린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15일 '포스트 오미크론', 즉 오미크론 이후의 대응 계획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와 함께'라는 말로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를 규정지었다.

정 청장은 "이번 체계 전환은 단순한 감염병 등급 조정이나 방역 완화가 아니라 코로나19와 함께 안전하게 일상을 재개하고 일상적인 진료체계를 갖추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며 매우 어려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확진자를 '0'으로 만드는 감염병 종식이 아니라, 계절독감과 같은 풍토병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의 '동거'를 선언한 셈이다.

장기간 이어진 거리두기 조치로 정상적인 영업이 불가능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제적 피해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신종변이 출현, 시간 경과에 따른 접종·자연면역 효과 감소, 실내활동 증가 등 계절적 요인, 인플루엔자·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 등 동시유행 등 재확산 위험요인은 여전히 남아있다.

또 여전히 하루 10만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사망자 또한 하루 200명 이상씩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강력한 신종변이가 발생하면 입국을 제한하고, 필요하면 3T(검사·추적·격리·치료) 및 거리두기, 재택치료도 재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다시 일상으로] 757일만에…내일부터 거리두기 풀린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거리두기 전면 해제 결정과 관련해 엇갈린 의견을 보였지만, 고위험군에 대한 체계적인 보호 시스템이 원활하게 가동돼야 한다는 점은 입을 모아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거리두기는 이미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이며, '10명-밤 12시' 이상으로 연장하는 건 환자 발생이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어 (거리두기를) 풀고 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다만 정교수는 "(먹는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나 여러 가지 치료제와 잘 갖춰진 의료 시스템이 있는데 신속한 진단과 처방·투약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며 "(감염) 취약계층과 고위험군이 빠르게 진단을 받고,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들을 보호하는 정책을 완벽하게 갖추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 유행이 본격화된 시점부터 연이은 방역 완화 결정이 이뤄지면서 유행 전 예측치보다 훨씬 더 많은 환자가 매일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사망자도 많이 늘어난 상황"이라며 "지금은 유행이 정점을 지난 것이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고 경계했다.

엄 교수는 "사회·경제적 어려움도 방역완화의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주된 기준이 돼선 안 된다"며 "방역은 감염병에 대해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전략인데,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방역 완화 시기나 방법이 결정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행의) 칼자루는 바이러스가 쥐고 있다"며 "지금처럼 바이러스가 퍼지기 좋게 방역이 이완되는 시기와 상황, 사람들의 행태를 기다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