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추모객 발길 여전 "죄책감 지울 수 없어"
배 이름인 '세월' 두 글자를 덮은 상처는 2017년 인양 때보다 깊고 넓게 갈라졌다.

바닷바람에 노출된 부두 끄트머리의 선체는 왼편 전체가 검붉은 녹덩이에 시나브로 잠식당했다.

추모객이 남긴 리본은 선명했던 노란 색과 검정 펜으로 눌러썼던 글귀를 잃었다.

종이배 형상의 추모함 속에 남겨진 편지는 누렇게 변색했다.

줄기까지 갈색으로 시든 국화는 바람만 불어도 바스라 질듯했다.

세월호 참사 8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선체가 세워진 전남 목포신항 철제부두는 지난 시간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녹슨 철망과 빛바랜 리본 사이에서도 새로 피어난 봄꽃처럼 누군가 남긴 선명한 리본은 나부끼고 있었다.

추모객이 다녀간 자리에는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할게요' 등 8년 전 그날의 약속들이 여전히 새겨졌다.

단원고등학교 희생자들이 살았던 경기도 안산시에서 이날 목포신항을 홀로 찾아온 최모(52)씨는 "죄책감을 지울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해 4월 16일이면 죄인이 된 것만 같았다"며 "올해도 그런 마음이 들 것 같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목포신항에서는 참사 8주기 당일인 오는 16일 '세월호 기억식'이 열린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완성하겠다는 의지, 희생자를 위로하는 추념을 공유하며 시민단체 활동가와 추모객 등이 참여할 예정이다.

목포신항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줄어들기는 해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꾸준히 찾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