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외이사 문제없다" 옹호론에도 여론은 우호적이지 않을 듯

법적 문제는 없다고 해도 기업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던 사외이사가 곧바로 관련 정책에 관여할 경우 이해충돌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외이사 문제가 청문 정국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한덕수·이창양·박보균 이어 이상민·한화진…초대 내각 다수 사외이사 경력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시스템 등에 따르면 윤석열 당선인이 전날 지명한 장관 후보자 가운데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와 이상민 행안부장관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다.
우선 한화진 후보자는 지난달 16일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되고 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강조되는 분위기에 자산총액이 2조원 이상인 기업은 이사회를 특정 성으로만 구성하지 못하게 한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이 다가온 점이 '여성 환경전문가'인 한 후보자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배경으로 꼽혔다.
이명박 정부 때 대통령실 환경비서관을 지낸 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이상민 행안장관 후보자 역시 2018년 3월 AK홀딩스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3월 사외이사에 재선임됐다.
이어 7월에는 AK홀딩스 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에 선임됐다.
이로써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초대 내각 후보자 가운데 사외이사 경력을 가진 사람은 최소 5명으로 늘었다.
앞서 한 후보자의 경우 지난 1년간 에쓰오일 사외이사를 지내면서 약 8천200만원의 급여를 받은 것으로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지난 1일 에쓰오일 사외이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김앤장 고문으로 재직하며 에쓰오일 사외이사까지 겸임했다는 점에서 고액보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도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TCK,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역임하며 총 7억8천500만원의 보수를 받고, 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2분과 간사로 위촉된 이후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로 재선임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후보자는 사외이사로서 거액의 보수를 받은 것에 대해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지난 11일 "사외이사를 다 퇴임했다"고 밝혔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해 3월 신세계인터내셔날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으나 최근 사임서를 제출했다.
◇ 김대기도 맥쿼리 사외이사…'인프라 공룡' 논란 휩싸이기도
장관 후보자는 아니지만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 내정자도 이날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맥쿼리인프라)에서 이사로 재직 중이라는 점이 알려졌다.
멕쿼리인프라는 전국 곳곳의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에 투자해 '인프라 공룡'이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외국계 투자회사다.
신흥 시장의 인프라 사업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회사지만 그 과정에서 여러 논란에 휩싸인 전력도 있다.
일례로 지난 2012년에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가 지하철 9호선 사업 협상 때 서울시가 멕쿼리인프라에 특혜를 줬다며 당시의 서울시장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은 2014년 서울시에 불리하게 협약이 변경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며 이 전 대통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했다.
김 내정자는 이외에도 과거 두산인프라코어 사외이사, SK이노베이션 사외이사, 두산중공업 사외이사 등을 거친 경력이 있다.
◇ 이해충돌 소지가 핵심…국민 여론도 변수
물론 사외이사 경력 자체만으로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이창양 산업부 장관 후보자의 사외이사 재직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이 후보자 측은 "사외이사와 장관의 역할은 다른 영역으로 엄연히 구별된다.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번 청문정국에서 사외이사 문제는 더불어민주당 측의 주된 공격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정기업의 사외이사로 기업을 위해 일하던 사람이 너무 단기간에 정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부처의 수장이 될 경우 '이해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덕수 후보자나 김대기 내정자 처럼 정부의 고위직에 있다가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다시 정부로 '리턴'하는 것에 대해서는 이런 부정적 여론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TBS 의뢰로 지난 8~9일 전국 만 18세 이상 1천1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이같은 여론을 읽을 수 있다.
이 조사에서 '한 후보자는 법률사무소에서 4년4개월여 동안 근무하며 약 20억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공직자가 퇴임 후 민간기업에서 고문이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63.2%는 '부적절하다'고 답했다.
'적절하다'는 17.6%에 그쳤고 '잘 모르겠다'는 19.2%를 기록했다.
해당 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활용한 무선 자동응답 방식 100%로 실시됐고 응답률은 7%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