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병변장애 이문호씨 퇴근길 동행…짧은 구간 이동에 식은땀 범벅
충북 저상버스 20% 불과, 전용 콜택시 이용도 '하늘의 별 따기'
[르포] "머리 헝클어지고 안경 삐뚤어져도…" 힘겨운 장애인 외출
지난 12일 오후 5시 30분 청주시 복대동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 뇌병변장애(2급)가 있는 이문호(55)씨가 멀리서 진입하는 저상버스를 향해 팔을 크게 휘저었다.

야트막한 전동 휠체어는 버스 운전자의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무정차 통과할 수 있어서다.

다음 버스를 기다려도 되지만 청주시내를 운행하는 저상버스가 많지 않은 탓에 1시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14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저상버스는 130대로 전체 시내버스(637대)의 20%에 불과하다.

교통약자법에서 규정한 32%에 미치지 못할뿐더러 2019년 이후 3년 동안 1대도 늘지 않았다.

승하차도 고난의 연속이다.

버스 뒷문의 휠체어 탑승용 리프트(발판)를 이용해 힘들게 오른 차 안은 퇴근길 승객들로 빼곡했다.

통로 한가운데 어렵사리 휠체어를 세웠지만,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승객 사이에서 이씨는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해 고개를 떨궜다.

저상버스에는 휠체어 전용공간을 둔 교통약자석이 있지만, 기사의 도움을 받아야하기 때문에 누군가 앉아 있거나 승객이 많을 때는 이용이 쉽지 않다.

[르포] "머리 헝클어지고 안경 삐뚤어져도…" 힘겨운 장애인 외출
승객들의 가방이나 팔꿈치에 부딪혀 안경이 삐뚤어지고 머리가 헝클어져도 그는 대수롭지 않은 듯 매무새를 다듬었다.

버스가 커브 길로 접어들 때는 버스 기둥을 지지대 삼아 혼신의 힘으로 몸을 지탱했다.

20여 분의 탑승 시간 동안 그의 몸은 식은땀으로 눅눅해졌다.

이씨는 "승차보다 하차할 때 훨씬 더 힘들고 신경 쓸 것도 많다"며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버스가 정류장에 정확히 들어서지 못하면 맨바닥으로 내려야하기 때문에 고꾸라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버스에서 내려 집까지 가는 길 역시 장애물 천지다.

비장애인 눈에는 평탄해 보이는 구간도 그에게는 급경사로 다가왔다.

미세한 높낮이 차에도 전동휠체어는 심하게 휘청거렸고, 어른 손 한 뼘도 안 되는 경계턱을 만나도 차량이 쌩쌩 다니는 도로로 휠체어를 우회하면서 아슬아슬한 주행을 이어갔다.

[르포] "머리 헝클어지고 안경 삐뚤어져도…" 힘겨운 장애인 외출
이씨는 "밤에는 턱이나 도로 팬 곳이 잘 보이지 않아 외출 자체가 힘들다"며 "10㎝ 남짓한 턱이 휠체어 이용자에게는 큰 절벽으로 다가온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지하철이 없는 청주에서 버스가 불편하다면 청주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해피콜(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콜택시)을 활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평균 대기시간은 30분에 달하며 수요가 몰리는 출퇴근 시간은 순번 타기가 쉽지 않다.

청주시설관리공단은 장애인 이동권 증진을 위해 현재 51대인 콜택시를 올해 말까지 10대를 증차한다는 방침이다.

연합뉴스는 오늘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이씨의 힘겨운 외출을 동행 취재했다.

취약계층 아동의 공부방을 운영하는 그는 이날 보건증 갱신을 위해 방문한 흥덕구 복대동 의료기관에서 상당구 동남지구 자택까지 8㎞를 이동하는 데 2시간 가까이 걸렸다.

[르포] "머리 헝클어지고 안경 삐뚤어져도…" 힘겨운 장애인 외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