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선의원' 박진·권영세, 나란히 발탁…정치인 동시기용 이례적
尹 신뢰업고 적극역할 기대…실세 통일장관 임명해 北에도 '신호'
외교·통일 수장에 '정치실세' 포진…한반도 난제 극복 동력되나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대립 격화와 북한의 핵실험 가능성 등 산적한 외교·대북 난제들을 헤쳐나갈 윤석열 정부 초대 외교안보 진용의 윤곽이 드러났다.

특히 외교안보의 핵심 부처인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에 정치적 중량감을 갖춘 실세 정치인을 동시 중용하면서 위태로운 한반도 정세를 타개하고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동력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13일 발표된 2차 내각 인선에서 외교부와 통일부 장관 후보자로 각각 국민의힘 박진 의원과 권영세 의원이 발탁됐다.

박진 후보자는 외무부 공무원 출신이기는 하지만, 16·17·18·21대 국회의원을 지낸 4선 현역 의원이다.

18대 국회 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을 지냈고 한미의회외교포럼 회장을 맡는 등 외교안보 분야에서 적극적인 의정활동을 보이며 당내 대표적 '미국통'으로 꼽힌다.

권영세 후보자 역시 16·17·18·21대 의원을 지낸 4선 현역으로, 박근혜 정부 시절 주중대사와 18대 국회 정보위원장 등을 역임하는 등 대북정책에 대한 이해가 깊다는 평가를 받는다.

통일부의 경우 현재 이인영 장관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 때 정동영 등 정치인 출신이 장관을 맡은 전례가 여러 차례 있지만, 정치인 출신이 외교부 수장을 맡은 건 김대중 정부 당시 한승수 전 장관 이후 처음이다.

외교·통일 수장에 '정치실세' 포진…한반도 난제 극복 동력되나
두 부처의 장관에 실세 정치인을 동시 발탁한 건 이례적이다.

이는 북한이 핵실험 준비 징후 등 전방위적인 도발 동향을 보이는 등 한반도의 긴장지수가 치솟고 공급망 등 경제안보가 부각되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해 급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 외교가 변곡점을 맞고 있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외교안보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정무 감각까지 갖춘 정치인 출신 수장을 기용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할 돌파구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읽힌다.

박진 후보자는 이날 배포한 입장문에서 "북한의 도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글로벌 공급망, 경제안보 현안,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등 윤석열 정부 앞에 놓인 외교 과제는 한둘이 아니다"라며 "'외교에는 오직 국익뿐이다'라는 자세로 국회 청문 과정부터 겸허하게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권영세 후보자는 "남북관계가 엄중한 상황이고, 북핵문제도 최근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이어지고 대화는 단절돼있는 등 외부적 환경이 매우 안 좋다"며 "기본적으로는 합리적이고 원칙에 근거해 (대북정책을 펼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두 후보자 모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신뢰가 두터워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안보 정책이 청와대 중심으로 결정되고 외교부와 통일부는 다소 수동적으로 이를 이행하는 역할에만 머물렀다는 지적이 있어온 만큼 이른바 '실세 장관' 기용으로 일선 부처에도 힘이 실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박진 후보자는 최근 한미정책협의대표단장을 맡아 미국에 다녀왔고 권영세 후보자는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총괄선대본부장에 이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까지 맡았다.

특히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길어지고 한때 폐지론까지 거론됐던 통일부 수장에 권영세 후보자를 발탁한 것은 통일부에 크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에도 통일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사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안보 사령탑인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국가정보원장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에 이어 외교·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발표되면서 윤 정부의 외교안보라인도 차츰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안보실장엔 인수위 외교·안보분과 간사인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대표적인 '미국통'인 김성한 전 차관이 안보실장으로 임명되면 역시 한미관계에 밝은 박진 외교장관 후보자와 이종섭 국방장관 후보자까지 더해 '미국통 일색'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주중대사를 지낸 권영세 의원이 통일장관 후보자로 발탁되면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췄다는 분석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