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90년엔 강원도에서도 감귤 재배한다...농진청, 미래 과일지도 공개
70년 후에는 지구 온난화로 국내 주요 과일 재배 지역이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제주도가 주산지인 감귤의 재배 한계선이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 지대까지 높아지고, 사과·배 등은 강원도 일부에서만 재배가 가능할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최신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반영해 주요 과일의 재배지 변화를 관측한 결과를 13일 공개했다. 연구진은 2090년까지 주요 과일의 총 재배 가능지(재배에 적합한 땅과 재배가 가능한 땅을 더한 것·재배지)를 10년 단위로 예측했다.

현재 중부 지역에 분포한 사과 재배지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70년대에는 사과를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배와 복숭아는 2030년대까지 재배지가 늘어나다가 이후 줄어들어 2090년대에는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을 전망이다. 포도는 2050년을 전후로 재배지 면적이 급감할 것이라 내다봤다.

반면 따뜻한 기후에서 자라는 단감과 감귤의 재배지는 확대된다. 단감은 2070년대까지 고품질 재배가 가능한 재배 적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재배 한계선도 상승해 강원도 산간 지역을 제외한 중부내륙 전역으로 재배지가 확대된다. 감귤 역시 재배 한계선이 남해안과 강원도 해안지역으로 상승할 것으로 관측됐다.

농진청은 관측을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20년에 발표한 기후변화 시나리오(SSP5-8.5)를 활용했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2081~2100년 사이 전 세계와 한국의 연평균 기온은 각각 6.9℃, 7.0℃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토의 6.3%를 차지하는 아열대기후대는 2030년대 18.2%, 2050년대에는 55.9%로 확대될 전망이다.

농진청은 기후변화에 따른 작물의 생산성과 품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후 적응형 품종을 육성하고 권역별로 알맞은 작목을 배치하는 정책을 수행 중이다. 고온 조건에 대응한 재배 기술 개발, 미래 생산성 변동 상황 예측 시스템 개발 등도 추진 중이다.

이지원 농진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은 "온난화로 고품질 과일을 생산할 수 있는 재배적지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맞는 품종과 재배법을 보급하고, 재배지 증가 작물은 수출, 가공품 개발 등을 통해 소비 확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원예·특용 작물의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도 제작해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