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거시키는 공무원에 욕설·폭행한 민원인…무죄 뒤집고 공무집행방해죄 인정
대법 "시청 민원실서 소란 피운 사람 퇴거는 정당한 공무집행"
시청 민원실에서 소란을 피운 민원인을 바깥으로 끌어낸 공무원의 행위는 정당한 공무집행이므로 여기에 저항한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공무집행방해죄를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유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창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20년 9월 술에 취한 상태로 시청 주민생활복지과 사무실을 찾아가 욕설을 하며 소란을 피우다가 자신을 끌고 밖으로 나가려는 공무원의 옷을 찢고 멱살을 잡거나 뺨을 때린 혐의를 받았다.

1심은 A씨의 행위가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멱살을 잡거나 뺨을 때린 사실은 인정되지만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 집행이 적법한 경우'에 한해 성립한다는 것이다.

애초 소란은 A씨가 사무실 안에서 휴대전화 볼륨을 높인 채 음악을 틀었다가 공무원이 '볼륨을 줄여달라'고 요청하면서 벌어졌다.

재판부는 A씨가 욕설을 했다고 해도 그를 제지하고 손목을 잡아끌며 퇴거시킨 시청 공무원들의 행위는 '주민생활복지 통합조사나 민원 업무'라는 추상적 권한에 포함되거나 적법한 직무 집행이 아니라고 봤다.

따라서 여기에 대항해 A씨가 폭력을 행사했더라도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는 게 1심의 판단이었다.

검찰은 2심에서 공무집행방해 혐의에 더해 예비적으로 폭행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는 무죄가 맞는다면서도 폭행죄는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대법원은 A씨에게 공무집행방해죄를 적용할 수 있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민원인은 민원을 처리하는 담당자의 적법한 민원 처리 요청에 협조해야 하고, 행정기관에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다른 민원인에 대한 민원 처리를 지연시키는 등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 민원처리법 5조 2항이 근거다.

대법원은 당시 시청 사무실의 상황이 A씨의 욕설과 소란 행위로 민원 업무 방해가 지속되고 다른 민원인의 안전과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므로 A씨를 사무실 바깥으로 데리고 나갔던 것이 공무원의 직무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본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오늘날 관공서에서 주취 소란 행위 등으로 담당 공무원의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고 이를 제지하는 공무원에게 부당한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실정까지 감안하면, 소란을 피우는 민원인을 제지하거나 밖으로 데리고 나간 행위도 민원 담당 공무원의 직무에 수반되는 행위로 파악함이 상당(타당)하고 직무 권한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로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A씨의 행위는 공무원들의 적법한 직무 집행을 방해한 행위에 해당하므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구성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