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끊기자 디폴트 덮쳤다…생필품 살 돈도 없는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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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로 빚에 관광산업까지 무너져…외화부족에 물가폭등까지
민심 폭발로 연일 시위…인도·중국에 손 벌리며 IMF와도 협상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을 견디지 못한 끝에 아예 빚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스리랑카 정부가 12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이뤄질 때까지 대외부채를 상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이 덮친 셈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실론티 수출로 유명한 스리랑카가 어쩌다 이처럼 국가 경제가 파탄 나는 상황까지 맞게 됐을까.
◇ 부활절 테러부터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관광업계 직격탄'
외신들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관광 분야가 무너지면서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지적한다.
스리랑카는 지난 몇년 간 관광산업에 치명적인 대형 악재와 잇달아 맞닥뜨려야 했다.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가 시작이었다.
수도 콜롬보 등 여러 곳에서 270여명이 숨진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나자 외국 관광객이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
이후 조금씩 살아나던 관광 경기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주저앉았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관광산업이 더욱 휘청거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스리랑카 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대외부채에 허덕이던 스리랑카에 엄청난 부담이 됐다.
스리랑카는 수년 전부터 중국과 대규모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벌이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태였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대규모 차관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주기도 했다.
◇ 단전, 대중교통 마비, 의약품 부족난에 일부 외교 공관도 폐쇄
와중에 정부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돈을 찍어내면서 수입 규제와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는 급등했고 재정 적자가 심화하는 등 상황은 오히려 갈수록 악화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18.7%, 식품 물가는 30.2% 각각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10년 만의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정부의 외화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외화가 없어 석유를 구해오지 못하자 주유소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일부 화력발전소 가동은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건기까지 겹치며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최근에는 순환 단전 시간이 13시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기름 부족으로 대중교통도 마비됐고 마취약 등 의약품 부족으로 시급하지 않은 수술은 연기됐다.
인쇄 종이 부족으로 학교 시험도 미뤄졌다.
북부의 일부 주민은 밀항선을 타고 인도로 탈출하기도 했다.
증시는 연일 폭락했다.
문을 닫는 해외 공관 수도 늘었다.
당국은 지난해 말 나이지리아 아부자 대사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키프로스 니코시아 총영사관에 이어 이달 30일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와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의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우다야 감만필라 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월 이런 상황에 대해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정권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으로 민심 분노 향해
경제난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민심이 폭발했다.
민심의 분노는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으로 향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도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체제를 운용 중이다.
이런 권력의 두 축을 모두 라자팍사 가문이 차지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 출신인 마힌다 라자팍사는 총리를 맡고 있고,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그의 동생이다.
내각에도 최근까지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이 포진했었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입구는 며칠째 시위대에 의해 점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라자팍사 가문은 총리를 제외한 내각 총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고 야당에는 거국 중립내각 구성도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런 제안을 거부한 채 정권을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여당 연정에서 탈퇴한 3개 정당까지 새 총리 선출과 과도 정부 구성 등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라자팍사 총리는 전날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당신들이 길에서 시위하는 순간마다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달러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급전' 빌려 급한 불 꺼…곧 IMF와 공식 협상
다급해진 라자팍사 정권은 인도, 중국 등에 손을 내밀고 있다.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이달 초 "지난 두세 달 동안 인도는 스리랑카에 25억달러(약 3조1천억원) 규모를 지원했다"며 이 지원에는 27만t의 경유와 휘발유, 4만t의 쌀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인도가 지원한 경유 등이 최근 스리랑카에 차례로 도착하면서 단전, 생필품 부족 상황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중국도 25억달러 규모의 지원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해 12월에도 스리랑카와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며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동시에 스리랑카는 IMF와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한 공식 협상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IMF와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구제금융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제난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또 IMF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진행해야 하는데 스리랑카에 이를 감당할만한 '경제 체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스리랑카 산업계 단체들은 최근 정부에 IMF뿐 아니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여러 국제기관으로부터 빨리 금융 지원을 받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의 외화 보유고는 3월 말 현재 19억3천만달러(약 2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사 J.P. 모건 등은 올해 스리랑카가 갚아야 할 대외 부채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6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연합뉴스
민심 폭발로 연일 시위…인도·중국에 손 벌리며 IMF와도 협상
인도양의 섬나라 스리랑카가 최악의 경제난을 견디지 못한 끝에 아예 빚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몰렸다.
스리랑카 정부가 12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지원이 이뤄질 때까지 대외부채를 상환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이다.
일시적 디폴트(채무 불이행) 상황이 덮친 셈이다.
아름다운 해변과 실론티 수출로 유명한 스리랑카가 어쩌다 이처럼 국가 경제가 파탄 나는 상황까지 맞게 됐을까.
◇ 부활절 테러부터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관광업계 직격탄'
외신들은 스리랑카에서 가장 중요한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관광 분야가 무너지면서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졌다고 지적한다.
스리랑카는 지난 몇년 간 관광산업에 치명적인 대형 악재와 잇달아 맞닥뜨려야 했다.
2019년 4월 '부활절 테러'가 시작이었다.
수도 콜롬보 등 여러 곳에서 270여명이 숨진 연쇄 폭탄 테러가 일어나자 외국 관광객이 한동안 발길을 끊었다.
이후 조금씩 살아나던 관광 경기는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주저앉았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현지 관광산업이 더욱 휘청거렸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스리랑카 관광의 한 축을 담당하던 나라였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이미 대외부채에 허덕이던 스리랑카에 엄청난 부담이 됐다.
스리랑카는 수년 전부터 중국과 대규모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를 벌이다가 빚더미에 올라앉은 상태였다.
스리랑카는 중국으로부터 빌린 대규모 차관으로 함반토타항을 건설했으나, 차관을 상환하지 못하게 되자 2017년 중국 국영 항만기업인 자오상쥐(招商局)에 99년 기한으로 항만 운영권을 넘겨주기도 했다.
◇ 단전, 대중교통 마비, 의약품 부족난에 일부 외교 공관도 폐쇄
와중에 정부는 민생을 살리겠다며 돈을 찍어내면서 수입 규제와 감세 정책을 펼쳤지만, 물가는 급등했고 재정 적자가 심화하는 등 상황은 오히려 갈수록 악화했다.
3월 소비자물가는 작년 동월 대비 18.7%, 식품 물가는 30.2% 각각 올랐다.
인플레이션이 10년 만의 최악 수준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정부의 외화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외화가 없어 석유를 구해오지 못하자 주유소에는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일부 화력발전소 가동은 중단됐다.
설상가상으로 건기까지 겹치며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는 수력발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최근에는 순환 단전 시간이 13시간으로 늘어나기도 했다.
기름 부족으로 대중교통도 마비됐고 마취약 등 의약품 부족으로 시급하지 않은 수술은 연기됐다.
인쇄 종이 부족으로 학교 시험도 미뤄졌다.
북부의 일부 주민은 밀항선을 타고 인도로 탈출하기도 했다.
증시는 연일 폭락했다.
문을 닫는 해외 공관 수도 늘었다.
당국은 지난해 말 나이지리아 아부자 대사관,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키프로스 니코시아 총영사관에 이어 이달 30일부터 노르웨이 오슬로와 이라크 바그다드의 대사관,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의 운영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우다야 감만필라 전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 2월 이런 상황에 대해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 최악의 경제 위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 정권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으로 민심 분노 향해
경제난이 임계점을 넘어서자 민심이 폭발했다.
민심의 분노는 정권을 완전히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으로 향했다.
스리랑카는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총리도 내정에 상당한 권한을 갖는 등 의원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체제를 운용 중이다.
이런 권력의 두 축을 모두 라자팍사 가문이 차지하고 있다.
전임 대통령 출신인 마힌다 라자팍사는 총리를 맡고 있고,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은 그의 동생이다.
내각에도 최근까지 라자팍사 가문 출신 장관 3명이 포진했었다.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와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입구는 며칠째 시위대에 의해 점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궁지에 몰린 라자팍사 가문은 총리를 제외한 내각 총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고 야당에는 거국 중립내각 구성도 제안했다.
하지만 야당은 이런 제안을 거부한 채 정권을 장악한 라자팍사 가문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전날에는 여당 연정에서 탈퇴한 3개 정당까지 새 총리 선출과 과도 정부 구성 등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에 라자팍사 총리는 전날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당신들이 길에서 시위하는 순간마다 우리나라는 (외국으로부터) 달러를 받을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호소하기도 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 '급전' 빌려 급한 불 꺼…곧 IMF와 공식 협상
다급해진 라자팍사 정권은 인도, 중국 등에 손을 내밀고 있다.
아린담 바그치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이달 초 "지난 두세 달 동안 인도는 스리랑카에 25억달러(약 3조1천억원) 규모를 지원했다"며 이 지원에는 27만t의 경유와 휘발유, 4만t의 쌀 등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인도가 지원한 경유 등이 최근 스리랑카에 차례로 도착하면서 단전, 생필품 부족 상황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중국도 25억달러 규모의 지원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해 12월에도 스리랑카와 15억달러(약 1조8천억원) 규모의 통화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며 지원에 나선 바 있다.
동시에 스리랑카는 IMF와 구제금융 지원과 관련한 공식 협상도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IMF와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구제금융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악의 경제난은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또 IMF로부터 지원을 받으려면 강도 높은 구조개혁을 진행해야 하는데 스리랑카에 이를 감당할만한 '경제 체력'이 별로 남아있지 않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이에 스리랑카 산업계 단체들은 최근 정부에 IMF뿐 아니라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여러 국제기관으로부터 빨리 금융 지원을 받으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스리랑카의 외화 보유고는 3월 말 현재 19억3천만달러(약 2조4천억원)에 불과하다.
글로벌 금융사 J.P. 모건 등은 올해 스리랑카가 갚아야 할 대외 부채 규모는 70억달러(약 8조6천억원)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