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변호사 "여가부, 발전적 해체 통해 단단한 새집 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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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시장 사건 피해자 조력인이자 여가부 권익증진국장 지내
"특정 성별 대변하는 명칭 수정하고 사회적 약자 위한 부처로"
"저출산·복지·아동학대·성희롱 등 한 부처서 유기적으로 다뤄야"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디지털 성범죄 등 각종 폭력으로 일상의 안전을 위협받는 피해자들이 여전한데, 과연 여성가족부의 시대적 소명이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요.
"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온세상에서 만난 김재련 대표 변호사(50)는 "여가부의 소명은 폭력, 차별, 불평등으로 권익이 침해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간에는 '노랑머리 변호사'라는 도발적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변호사 개업 후 20년간 일관되게 천착해온 문제는 젠더 폭력이었다.
특히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피해자들을 도와왔다.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법률지원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여성인권변호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여가부와도 인연이 깊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5년 개방직으로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을 지냈으며, 위안부화해치유재단 이사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이력이 '족쇄'가 되기도 했다.
실제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가 과거 이력을 이유로 '자질론' 공격을 받자 대리인단에서 물러났다.
박 전 시장 사건 당시에는 정치적 목적의 미투라는 둥 온갖 음모론에 시달렸다.
여가부에서의 공직 경험이 김 변호사에게는 시련을 안겨주기도 한 셈이다.
또 여가부에서 권익증진국장을 지냈기에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일 때 누구보다 분노하고 실망했던 이도 김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결국 '여가부 무용론'까지 불러일으켰다"며 "그 과정에서 권력의 편에 선 일부 책임 있는 사람들의 매우 잘못된 행동은 여성운동사에서 지울 수 없는 부끄러움이 됐다"고 꼬집었다.
◇ "권익국 업무, 법무부로 이관 땐 피해자 지원 협소화 우려"
김 변호사는 "그런데도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에게 울타리이자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은 여가부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단체였다"며 '여가부 폐지론'에 선을 그었다.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책위를 구성한 게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였고, 이들 단체는 피해자 지원을 하도록 여가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단체기 때문이다.
또 박 전 시장 사건이 예외적이라고 할 것도 없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과 심리 상담, 주거 지원 등이 여가부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가 왜 필요한지 열변을 토했다.
우선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여가부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구조적 성차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법적, 제도적 차별이 해소됐다고 해서 구조적 성차별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반드시 출산을 해야 한다는 법 규정이 없고, 여성만이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라고 김 변호사는 반문했다.
출산과 양육의 반복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여성에게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남겨둔다면 운동장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고, 출산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저출생과 인구감소 문제는 성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여가부 폐지론과 관련, 여가부의 다양한 정책 기능을 각각 유관 부처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권익증진국을 법무부로 이관하는 안에 대해 "피해자 지원범위, 대상 등이 협소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법의 엄중 집행을 부처의 사명으로 삼는다"며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는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담당자에 의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피해자 지원정책을 법무부가 맡는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가운데는 형사 사건화를 원하지 않지만, 상담이나 의료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수사를 전제로 하는 법무부가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입법권이나 예산권이 없는 위원회 형태로 여가부를 재편하자는 안에 대해서는 "머리만 남겨두고 팔, 다리는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며 실효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 "여가부는 사회적 약자 위한 부처…부처 존폐, 유권자 선호로 결정해선 안돼"
다만 김 변호사는 여가부의 조직 개편 가능성은 열어두고, 더 발전적인 체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여가부는 폐지로 끝날 게 아니라 발전적 해체를 통해 새집을 단단하게 지어야 한다"며 "저출산, 복지, 아동학대, 성희롱 관련 업무를 한 부처에서 유기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또 "특정 성별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처 명칭을 전면 수정하고, 다른 부처와의 업무 조율을 명확히 함으로써 건설적 방향으로 재구성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만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인과 리더의 사명"이라며 "여가부 존폐는 유권자의 선호도를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어떻게 하면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지, 당선인이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특정 성별 대변하는 명칭 수정하고 사회적 약자 위한 부처로"
"저출산·복지·아동학대·성희롱 등 한 부처서 유기적으로 다뤄야"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 차별과 불평등을 겪고, 디지털 성범죄 등 각종 폭력으로 일상의 안전을 위협받는 피해자들이 여전한데, 과연 여성가족부의 시대적 소명이 끝났다고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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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서울 서초구 법무법인 온세상에서 만난 김재련 대표 변호사(50)는 "여가부의 소명은 폭력, 차별, 불평등으로 권익이 침해된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간에는 '노랑머리 변호사'라는 도발적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그가 변호사 개업 후 20년간 일관되게 천착해온 문제는 젠더 폭력이었다.
특히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아 피해자들을 도와왔다.
성폭력·가정폭력·아동학대 피해자에 대한 법률지원 공로를 인정받아 2012년 여성인권변호인상을 받기도 했다.
그런 만큼 여가부와도 인연이 깊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5년 개방직으로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을 지냈으며, 위안부화해치유재단 이사로도 활동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인사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고, 이력이 '족쇄'가 되기도 했다.
실제 서지현 검사의 '미투' 폭로 당시 서 검사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가 과거 이력을 이유로 '자질론' 공격을 받자 대리인단에서 물러났다.
박 전 시장 사건 당시에는 정치적 목적의 미투라는 둥 온갖 음모론에 시달렸다.
여가부에서의 공직 경험이 김 변호사에게는 시련을 안겨주기도 한 셈이다.
또 여가부에서 권익증진국장을 지냈기에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 미온적 태도를 보일 때 누구보다 분노하고 실망했던 이도 김 변호사였다.
김 변호사는 "여가부가 권력형 성범죄에서 피해자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했다.
결국 '여가부 무용론'까지 불러일으켰다"며 "그 과정에서 권력의 편에 선 일부 책임 있는 사람들의 매우 잘못된 행동은 여성운동사에서 지울 수 없는 부끄러움이 됐다"고 꼬집었다.
◇ "권익국 업무, 법무부로 이관 땐 피해자 지원 협소화 우려"
김 변호사는 "그런데도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에게 울타리이자 버팀목이 되어 준 것은 여가부 지원에 의해 운영되는 시민단체였다"며 '여가부 폐지론'에 선을 그었다.
박 전 시장 사건의 피해자를 지원하는 대책위를 구성한 게 한국여성의전화와 한국성폭력상담소였고, 이들 단체는 피해자 지원을 하도록 여가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단체기 때문이다.
또 박 전 시장 사건이 예외적이라고 할 것도 없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률과 심리 상담, 주거 지원 등이 여가부 시스템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성평등 정책 추진체계가 왜 필요한지 열변을 토했다.
우선 '구조적 차별은 없다'는 여가부 폐지론자들의 주장에 대해 "구조적 성차별을 어떻게 이해하는지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법적, 제도적 차별이 해소됐다고 해서 구조적 성차별이 해소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반드시 출산을 해야 한다는 법 규정이 없고, 여성만이 자녀를 양육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없다.
그러나 현실은 어떤가"라고 김 변호사는 반문했다.
출산과 양육의 반복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경쟁에서 밀려나고, 여성에게 현실은 '기울어진 운동장'일 수밖에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또 이런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남겨둔다면 운동장은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고, 출산 기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국 저출생과 인구감소 문제는 성평등의 관점에서 접근하지 않고서는 해결이 어렵다고 김 변호사는 주장했다.
여가부 폐지론과 관련, 여가부의 다양한 정책 기능을 각각 유관 부처로 넘기는 방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권익증진국을 법무부로 이관하는 안에 대해 "피해자 지원범위, 대상 등이 협소화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법의 엄중 집행을 부처의 사명으로 삼는다"며 "진행 중인 형사사건에는 무죄 추정 원칙이 적용되고,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담당자에 의한 2차 가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 피해자 지원정책을 법무부가 맡는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가운데는 형사 사건화를 원하지 않지만, 상담이나 의료지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수사를 전제로 하는 법무부가 피해자 지원을 담당하는 것도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입법권이나 예산권이 없는 위원회 형태로 여가부를 재편하자는 안에 대해서는 "머리만 남겨두고 팔, 다리는 주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며 실효성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
◇ "여가부는 사회적 약자 위한 부처…부처 존폐, 유권자 선호로 결정해선 안돼"
다만 김 변호사는 여가부의 조직 개편 가능성은 열어두고, 더 발전적인 체계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그는 "여가부는 폐지로 끝날 게 아니라 발전적 해체를 통해 새집을 단단하게 지어야 한다"며 "저출산, 복지, 아동학대, 성희롱 관련 업무를 한 부처에서 유기적으로 집행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제언했다.
또 "특정 성별만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부처 명칭을 전면 수정하고, 다른 부처와의 업무 조율을 명확히 함으로써 건설적 방향으로 재구성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그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가부 폐지' 공약과 관련,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측면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다만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를 위해 긍정적 역할을 하는 것이 정치인과 리더의 사명"이라며 "여가부 존폐는 유권자의 선호도를 중심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어떻게 하면 권력형 성범죄를 근절할 수 있을지, 당선인이 피해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정책에 반영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