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관련 첫 공식 발언…"러, 전쟁범죄 책임져야"
[우크라 침공] '푸틴 절친' 베를루스코니 "매우 실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끈끈한 친분을 자랑했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이탈리아 총리(85)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대통령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로이터·AFP통신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이날 자신이 이끄는 중도 우파 전진이탈리아(FI)의 전당대회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의 행동에 심히 실망했다는 점을 숨길 수도 없고 숨기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년 전에 알게 된 그는 내 눈엔 항상 민주주의와 평화를 따르는 사람이었다"며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부차와 다른 곳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의 참상과 실제 전쟁 범죄에 대해 러시아는 그 책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를 유럽으로 끌어오는 대신 중국 품으로 던졌다"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말을 아꼈던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공식 석상에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발언을 한 것은 처음이다.

[우크라 침공] '푸틴 절친' 베를루스코니 "매우 실망"
특히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개인적 친분을 자랑하던 푸틴 대통령에 대해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2015년 푸틴 대통령을 두고 "의심의 여지 없이 전 세계 지도자 중 1등"이라고 찬사를 보내는가 하면 자신의 동생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같이 휴가를 즐기거나 이탈리아의 사르데냐섬에 있는 베를루스코니의 별장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베를루스코니는 건설·미디어 그룹을 거느린 재벌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해 1990∼2000년대 세 차례 총리를 지내는 등 이탈리아 정계의 한 시대를 주름잡은 인물이다.

9년 2개월의 전후 최장기 총리 재임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올해 1월 대통령 선거에 도전장을 냈으나 좌파 진영의 지지를 얻지 못해 출마를 중도 포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