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전면해제·감염병 등급 하향 조정 여부 등 관심
전문가들 "의료 일상화에 속도 조절…변이 대책도 마련해야"
이번주 '포스트 오미크론' 계획 발표…의료체계 일상화가 핵심
정부가 코로나19를 풍토병처럼 관리하는 '엔데믹 시대'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다시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때 방역·의료체계의 '일상회복'을 목표로 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를 함께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거리두기의 경우 마스크 착용 등 일부 조치를 제외한 전폭적인 완화 방안이 발표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새 대응체계에서는 방역조치 전면 해제에 앞서 의료체계 전환을 꼼꼼히 준비하는 등 '속도 조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오미크론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신종 변이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정부는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계를 이번 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과 함께 발표한다.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체계에는 지난 2년여간 비상 상황에 맞춰 가동됐던 방역·의료체계를 다시 일상체계로 되돌리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담긴다.

앞서 지난해 11월 시도된 '단계적 일상회복'이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등 방역조치 해제에 초점을 둔 것이었다면, 이번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에서는 의료체계 일상화에 한층 더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료체계 일상화, 즉 코로나19를 일반 의료체계 내에서 관리하는 방안이 현실화하려면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조정하는 것이 핵심인만큼, 이번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계획에 이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이 담길지도 주목된다.

코로나19는 현재 에볼라바이러스병, 페스트, 탄저병 등과 같이 '1등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어, 모든 환자는 원칙적으로 음압병실 등에서 격리치료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존재하고, 누적 치명률도 0.13%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감염병 등급을 최고 단계로 유지하는 것이 현실에 맞지 않은 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환자도 독감 환자처럼 모든 동네 병·의원에서 언제든 검사와 대면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와 의료기관의 '수용성'을 높이려면 등급 하향이 필수라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동네 병·의원이 코로나19 환자를 대면진료할 수 있도록 외래진료센터 지정대상을 확대했으나, 이 센터는 지난 8일 기준 전국 총 5천547곳이다.

정부는 의료역량과 코로나19 대면진료 활성화를 고려해 일단 코로나19 감염병 등급을 결핵, 수두, 홍역과 같은 '2급'으로 한 단계 내리는 방안을 두고 검토하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8일 중대본 회의에서 감염병 등급조정을 두고 "늦지 않게 결론을 내리겠다"고 한 만큼, 이르면 이달 말 '2급'으로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실제로 코로나19 등급이 하향 조정된다면 확진자의 격리기간이 줄어들거나 격리 의무 자체가 아예 해제될 수 있다.

1급 감염병 환자는 모두 격리해야 하지만 2급 감염병 중에서는 결핵, 홍역, 콜레라 등 11종 환자만 격리 의무가 있다.

현재 정부는 격리치료 대상에 한해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어, 코로나19 환자 격리 의무가 사라진다면 치료비 지원 역시 없어지게 된다.

격리기간이 줄어들거나 격리 의무 자체가 사라지면 각 의료기관은 격리병상 수를 줄이고, 격리병상 운영에 투입됐던 인력과 자원을 다른 곳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는 감염병 등급 조정 전이라도 실행 가능한 방안을 우선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무증상 및 경증 코로나19 환자 격리를 위한 생활치료센터를 점차 줄여나가고, 중등증 환자를 위한 감염병전담병원 병상을 단계적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정부가 추후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독감과 같은 '4급'으로까지 낮춘다면 유행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표본감시'만 하게 된다.

이 경우 방역당국은 모든 확진자 수를 확인하지 않고, 지금처럼 매일 전국적인 확진자 규모도 발표하지 않게 된다.

이번주 '포스트 오미크론' 계획 발표…의료체계 일상화가 핵심
전문가들은 의료체계 일상화가 필요하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료체계 일상화에 대해 "1차 의료기관에서 코로나19 환자를 지속적으로 볼 수 있는 준비가 되면 가능한 부분"이라면서도 "병원에서 이미 코로나19 병상을 줄이겠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줄이는 시기와 속도는 약간 늦춰야 안전하겠다.

상황을 보고 천천히 감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상회복으로 가는 여정에 신종 변이 출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대만, 태국, 영국 등에서 오미크론 BA.1과 BA.2의 재조합 변이(XE)가 확인되면서, 방역당국이 이 변이 감염자 발생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XE변이는 전파력이 높은 BA.2 변이보다도 전파력이 높을 가능성이 있다.

새 변이가 나타나면 거리두기 조치를 복원하는 등 다시 비상체계를 가동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전문가들도 신종 변이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엄 교수는 "새 변이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면서 "이 부분이 우려되기 때문에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코로나19 변이와 독감 유행 등을 고려해 "올해 가을∼겨울까지의 중기 계획을 시나리오별로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포스트 오미크론 시대 대응도 필요하지만 피해 최소화를 위해 현 상황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신규 확진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지만 위중증, 사망자의 절대적 숫자는 여전히 많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은 '포스트 오미크론'이 아니라 '인 오미크론' 상황"이라며 "아직 사망자가 300명대로 나오고 위중증 환자도 많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확진자가 줄긴 했으나 20만명 수준인데 적다고 할 수 있나"고 반문하면서 "이 중 20% 정도는 중증·사망 위험이 비교적 높은 60세 이상이라, 이 연령층에서만 하루 4만∼5만명씩 나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