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료·비료 가격 인상에 시위 번져…통금령 논란 속 대통령도 위기
[우크라 침공] 남미 페루까지 뒤흔든 전쟁 여파…물가 급등이 혼란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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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멀리 남미 페루 사회까지 뒤흔들고 있다.

7일(현지시간) 페루에선 연료 가격 상승에 항의하는 트럭 운전기사들의 고속도로 봉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이 전했다.

페루 정부는 이날 전국 도로망에 대해 3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경찰과 군이 도로를 통제하도록 했다.

이카, 라리베르타드, 우앙카요 등 페루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는 지난달 28일 트럭 기사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으로 연료 가격이 오르면서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 기사들이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인 것이다.

비룟값 상승으로 신음하는 농민들도 가세했다.

페드로 카스티요 정부는 유류세 인하와 최저임금 인상을 발표하고, 주요 식료품에 대한 소비세 면제 등의 대책도 제시했으나 시위대를 달래진 못했다.

지난 10일간의 시위 과정에 최소 6명의 사망자도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격렬한 시위가 계속되자 카스티요 대통령은 지난 5일 수도 리마와 서부 항구도시 카야오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시위의 주 무대도 아니었던 이들 도시에 느닷없이 내려진 통금령에 반발이 터져 나왔고, 대통령이 예정보다 일찍 통금령을 해제하긴 했으나 리마 등에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여기에 7일 오후엔 카스티요 대통령에게 공약 이행을 촉구하는 페루노동자총연맹의 시위도 예정돼 있다.

[우크라 침공] 남미 페루까지 뒤흔든 전쟁 여파…물가 급등이 혼란 야기
야당의 공세 속에 취임 8개월 만에 이미 두 차례나 탄핵 위기를 넘긴 카스티요 대통령으로서는 숨 돌릴 틈도 없이 다시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페루의 이번 정치·사회 혼란은 우크라이나 사태와 무관하지 않다.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이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나고 있긴 했지만,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를 더욱 부추겼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지난 3월 한 달 페루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48%에 달했다.

1996년 2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월간 물가 상승률이다.

연간으로는 6.82%로, 역시 1998년 8월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았다.

특히 서구 국가들의 대(對)러 제재 속에 연료와 비료, 식료품 등 가격이 급등했다.

비룟값 상승으로 농업 재배 면적이 감소하면서 식량 불안정 우려가 커지자 페루는 이미 지난달 120일간의 농업 비상사태를 선포하기도 했다.

물가 상승이 페루만의 일은 아니지만, 페루의 서민층은 물가 상승에 더욱 취약했고, 최근 몇 년 새 계속되던 페루의 정치 혼란은 여론의 동요를 타고 더욱 심화했다.

시골 초등학교 출신으로, 주로 농촌 지역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았던 좌파 카스티요 대통령은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9%로 추락했다.

야당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어 또 한 번의 탄핵 사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CNN은 이날 기사에서 "페루의 시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떻게 전 세계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 어떻게 불안정을 부추기고 정치적 분열을 심화하는지를 보여준다"고 표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