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10∼15년형 가능…"언론통제 우려" 언론단체 반발
'갱단과의 전쟁' 엘살바도르, 갱단 메시지 전파 처벌법 논란
'갱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엘살바도르가 범죄조직의 메시지를 전파한 언론을 처벌하는 법을 마련했다.

언론단체들은 언론 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엘살바도르 국회는 지난 5일(현지시간) "일반 국민에 불안과 공포를 조장할 수 있는 범죄조직의 메시지를 재생산하거나 전파"하는 자에 징역 10∼15년형의 처벌이 가능하게 하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고 AP·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라디오와 TV,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 등 모든 언론도 대상이 된다.

갱단의 영역 표시에 주로 활용되는 표식 등의 낙서를 한 사람도 역시 10∼15년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

법안을 발의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은 트위터에 "독일인들이 나치즘을 뿌리 뽑으려 했을 때 나치의 메시지 등 모든 상징을 법으로 금지했다"며 "이제 우린 갱단에 대해 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파가 금지된 메시지의 범위 등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언론단체 등은 법안이 지나치게 모호해 언론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단순히 갱단 범죄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엘살바도르언론인협회는 6일 성명을 내고 "이번 개정안은 명백한 언론 검열 시도라고 본다"며 "많은 주민이 갱단 통제하에 살아가는 현실을 언론이 보도할 수 없게 하면 진실에 충실하지 않은 허상만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부켈레 정부는 이전에도 정부에 비판적인 기사를 쓴 언론인들을 스파이웨어로 감시한다는 의혹을 받는 등 언론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조치는 엘살바도르 정부가 최근 살인사건 급증에 따른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내놓은 일련의 대책 중 하나다.

지난달 26일 하루에 무려 62건의 살인이 발생한 후 엘살바도르 정부는 지금까지 6천 명 넘는 갱단 조직원 용의자들을 무더기로 검거하고, 이들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상향했다.

그러나 비상사태를 이유로 갱단 조직원이 아닌 이들도 영장이나 증거 없이 검거해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의혹도 나왔으며, 교도소 음식 제공 축소 등의 조치를 놓고도 인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