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의료체계 '일상화'가 목표…감염병 등급 하향조정 등 논의
엔데믹 선언 대신 점진적 추진…18일 이후 거리두기 해제 가능성
전문가들 "올여름 새 변이 나올수도…'포스트 오미크론' 거론 성급"
올가을 '엔데믹' 가능할까…정부 '포스트 오미크론' 계획 준비
오미크론 대유행이 최근 감소세를 보이면서 6일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명대로 내려왔다.

주중반 확진자가 급증하는 수요일 발표 기준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명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2일(21만9천222명) 이후 5주 만이다.

정부는 유행 감소세가 굳어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의 유행 이후, 즉 '포스트 오미크론' 시기에 맞는 대응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에는 지금의 방역·의료체계를 다시 일상체계로 전환하는 구체적인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다음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에서 '과감한 개편'을 예고한 만큼, 포스트 오미크론 체계의 밑그림은 거리두기 개편과 맞물려 이르면 다음 주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

◇ 신규 확진자 감소세…18일 이후 거리두기 해제 가능성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28만6천294명으로, 수요일 발표 기준으로 5주 만에 20만명대로 내려왔다.

1주일 전인 지난달 30일 42만4천586명과 비교하면 13만8천292명, 2주 전인 지난달 23일 49만780명과 비교하면 20만4천486명 줄면서 뚜렷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위중증 환자 수도 완만한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어, 이전보다는 의료대응 여력에 여유가 생긴 상황이다.

전파력이 센 BA.2(스텔스 오미크론)가 국내에서 지배종이 돼 가고 있는 것이 현 유행에 영향을 미칠 최대 '변수'로 꼽히지만, 정부는 앞서 오미크론 BA.1과 BA.2 유행이 사실상 겹쳐 진행된 만큼 '2차 정점'이 올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처럼 BA.1 유행과 BA.2 유행이 바로 이어진 뉴질랜드, 싱가포르, 베트남의 경우에도 한 차례 정점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올가을 '엔데믹' 가능할까…정부 '포스트 오미크론' 계획 준비
정부는 유행 감소세가 지속되고 의료 체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18일 이후에는 거리두기를 전면 해제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주에도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면 이번이 '마지막 거리두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거리두기 해제 이후 적용할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계'를 준비하고 있다.

새 대응체계는 방역·의료체계의 '일상화'에 초점을 맞춰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년여간 비상 상황에 맞춰 가동되던 방역·의료체계의 큰 틀이 다시 일상에 맞춰 변경되려면, 우선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이 조정돼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19의 감염병 등급을 최고 등급인 '1급'에서 결핵, 수두, 홍역과 같은 '2급'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감염병 등급 조정에 대한 국민과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의견을 모으는 공청회도 열 예정이다.

감염병 등급 조정에 따라 확진자의 격리기간이 줄어들거나 격리 의무 자체가 아예 해제될 수 있다.

정부가 앞서 다음 거리두기 조정 시에는 '실내 마스크 착용' 정도만 남기고 영업시간, 사적모임 등의 방역규제를 완전 폐지하는 것을 검토한다고 밝히면서, 당장 18일부터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냐는 기대도 나온다.

그러나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관련 질의에 "사회경제적 피해가 큰 거리두기 조치를 해제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논의할 것"이라며 "마스크 해제 여부는 현재 우선순위가 높은 분야는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 '포스트 오미크론 체계' 준비…가을께 일상화 목표로 점진적으로 추진
포스트 오미크론 체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결국 '일상회복'이 되겠지만, 정부는 지난해 11월 '단계적 일상회복' 때와 같이 이번에도 속도 조절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시점에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지는 감염병)을 선언하고 한순간에 일상으로 돌아가기보다는, 코로나19 이후 가동 중인 특수체계를 조금씩 일상적인 체계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면 거리두기 조치를 다시 복원하거나 강화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정부는 공식적으로 엔데믹을 선언하지는 않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모습을 회복하는 일상화 시점은 가을께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닫혔던 국제선 운항 규모를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이날 발표하면서 엔데믹 시점을 10월 정도로 예상했다.

손 반장은 그러나 "특정 시점을 기점으로 엔데믹을 선언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고, 당분간은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올가을 '엔데믹' 가능할까…정부 '포스트 오미크론' 계획 준비
하지만 엔데믹을 염두에 둔 의료체계 일상화는 이미 점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외래진료센터'를 늘려가고 있고, 이날부터는 재택치료자가 동네 약국에서 처방약을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약국 방문을 허용했다.

또 동네 병·의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전문가용 신속항원검사로 진단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되면서, 오는 11일부터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신속항원검사가 아예 중단된다.

◇ 사망자 여전히 300명대…"'포스트 오미크론' 논의 이르다" 지적도
전문가들도 '포스트 오미크론 체계'에서는 의료체계의 일상화를 추진하면서도 또 다른 변이 발생시 고위험군 보호를 위해 꼼꼼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고위험군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는 기존 방역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엔데믹 체계에 해당한다"면서도 "여름쯤 새 변이가 생길 수도 있는데, 변이 출현 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구체적으로 "중환자 병상 부족과 요양병원·시설에서 발생하는 집단감염 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하고, 대형 종합병원은 언제든지 감염병 환자를 볼 수 있도록 준비태세를 갖추는 한편 지역 단위로 병상과 인력을 동원하는 탄력적인 체계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석 한림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진단·치료를 강화해 코로나19 위중증·사망자 수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확진자와 위중증, 사망자 추이가 감소세로 전환됐고, 확진자 규모에 비해 치명률이 낮다고는 하지만 위중증, 사망자의 절대적 숫자는 여전히 우려스러울 정도로 많은 수준이다.

이날 발표된 사망자수 역시 371명으로 전날보다 162명 증가했다.

정 교수는 "코로나 외에 다른 질병이 있는 격리자도 많고, 임신부 확진자는 여전히 출산을 걱정하고, 소아·청소년 확진자 사망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며 "지금 잘 안 되는 부분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포스트 오미크론'을 공개적으로 논의하기에는 아직 성급하다고 지적하면서 "지금 오미크론 전파력은 독감의 10배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 격리가 필요하고 일평균 확진자 수가 10만명 아래로 떨어지기 전까지는 (방역) 기조를 완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