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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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분기 국내 증시 위축으로 인해 주요 그룹 33곳의 총수 주식재산이 5조원 가까이 쪼그라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총수 간 주식재산 성적 희비도 크게 엇갈렸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식가치가 3개월 사이 1조원 넘게 줄었는데도 국내 주식재산 순위 1위 자리를 지킨 것으로 조사됐다.

6일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작년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72개 대기업집단 중 올해 3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 넘은 그룹 총수 3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과를 총수 주식재산이 5조원가량 하락했다고 밝혔다. 주식평가액은 올 1월 3일과 3월 31일 종가를 기준으로 삼았다.

조사 결과 총수들의 1월 초 주식평가액은 64조6325억원인 반면 3월 말에는 59조7626억원으로 집계됐다. 최근 3개월 새 7.5% 수준으로 주식가치가 하락한 셈이다. 금액으로 따지면 4조8699억원 감소했다.

그룹 총수 간 주식성적 희비는 엇갈렸다. 33개 그룹 총수 중 20명은 1분기에 주식평가액이 감소세로 돌아섰지만 13명은 주식가치가 상승했다.

주식평가액 증가율 1위는 세아 이순형 회장으로 조사됐다. 이순형 회장은 세아제강세아베스틸, 세아홀딩스, 세아제강지주 4개 주식종목에서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주식평가액은 1113억원에서 3월 말 1314억원으로 늘었다. 3개월 새 주식가치가 200억원 넘게 높아진 것.
1분기 주식평가액 증감률.
1분기 주식평가액 증감률.
김준기 DB그룹 창업회장의 주식재산도 1분기에만 17.7% 증가했다. 1월 초 3871억원에서 3월 말 4556억원으로 1분기에만 700억원 가까이 주식가치가 뛰었다. 김준기 창업회장은 DB와 DB하이텍, DB금융투자, DB손해보험 4곳에서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DB손해보험 주식가치가 올 초 2272억원에서 3월 말 2941억원으로 670억원 넘게 올랐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같은 기간 주식평가액이 4579억원에서 3월 말 5228억원으로 14.2% 늘었다. 그 밖에도 장형진 영풍 회장 13.9%(4049억원→4610억원), 김홍국 하림 회장 12.7%(2243억원→2527억원), 정몽진 KCC 회장 10.7%(5376억원→5950억원) 순으로 주식재산 증가율이 10% 이상 전진했다.

주식재산이 오른 금액으로만 살펴보면 김준기 DB 창업회장이 최근 3개월간 684억원으로 가장 많이 증가했다. 그 뒤를 허창수 GS 회장(648억원)과 신동빈 롯데 회장(644억원)이 600억원 넘게 주식가치가 증액된 것으로 조사됐다.

33개 그룹 총수 중 7명은 올 1분기에만 10% 넘게 주식가치가 하락했다. 특히 낙폭이 가장 큰 인물은 HDC 정몽규 회장으로 조사됐다. 정 회장은 지주회사인 에이치디씨(HDC)를 비롯해 HDC랩스 등의 지분을 갖고 있다. 여기에 정 회장은 비상장사인 엠엔큐투자파트너스 지분을 100% 갖고 있는데 앞서 회사를 통해 HDC 지분을 5%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올 초 정 회장의 주식가치는 2838억원이었지만 3월 말에는 2023억원으로 3개월 사이 814억원 넘게 떨어졌다. 주식평가액 하락률은 28.7%다.

이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17.8%(2882억원→2369억원),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 -15.9%(10조1864억원→8조5667억원), 박정원 두산 회장 -14%(1601억원→1377억원), 이웅열 코오롱 전 회장 -14%(3068억원→2640억원), 방준혁 넷마블 의장 -12.5%(2조6430억원→2조3113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 -11.3%(1조1521억원→1조217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지난 3월 말 기준 조사 대상 33개 그룹 총수 중 12명이 주식재산 1조 클럽에 입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주식재산 1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3조1018억원)이 차지했다. 1분기 동안 주식재산이 1조847억원 감소했지만 순위에는 변동이 없었다.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11조3653억원)와 서정진 셀트리온 명예회장(8조5667억원)이 각각 2, 3위를 꿰찼다. 이중 셀트리온 서 명예회장은 최근 3개월 새 주식재산 10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이어서 정의선 현대차 회장(3조3204억원), 최태원 SK 회장(3조1423억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3조133억원), 방준혁 넷마블 의장(2조3113억원), 이해진 네이버 GIO(2조871억원), 구광모 LG 회장(1조9173억원), 정몽준 현대중공업 아산재단 이사장(1조1304억원), 이재현 CJ 회장(1조1171억원), 조현준 효성 회장(1조217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연구소장은 "작년 1분기의 경우 그룹 총수 중 75% 이상이 주식재산이 증가한 반면 올해는 거꾸로 60% 정도가 하락세를 보인 곳이 많아 최근 1년 새 주식시장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여전히 대내외적인 경제 환경은 녹록치 않지만 새로 들어서는 정부는 여러 난관을 뚫고 경제 촉진을 위한 다양한 정책과 주식시장의 분위기를 바꿀 만한 전환점의 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