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위험한 숫자들'·'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잘못 사용할 뿐
국내총생산(GDP)이라는 개념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나왔다.

복지보다 국방에 돈을 쓰고 싶어했던 정부는 민간이 올린 소득을 합산하는 기존 국민소득 산출방식이 못마땅했다.

그래서 정부를 포함해 국가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측정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를 따르면 정부가 생산한 폭격기도 경제에 이로웠다.

최근 번역·출간된 '위험한 숫자들'은 숫자의 함정과 사람들이 숫자를 놓고 실수를 저지르는 이유를 설명한 책이다.

네덜란드의 수학 전문 저널리스트인 사너 블라우는 정치적 이유로 개발된 GDP 사례에서 보듯 측정 대상을 선정하는 단계부터 주관이 개입하며, 도출된 숫자를 읽을 때도 편향에 빠질 우려가 있다고 말한다.

컴퓨터가 계산을 하더라도, 숫자를 입력하고 결과를 해석하는 건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다.

오늘날 GDP는 초월적 측정치처럼 인식되지만, 중력처럼 실재하는 수치는 아니다.

미국 정부의 GDP에 앞서 국민소득 개념을 창안한 경제학자 사이먼 쿠즈네츠는 무기와 국가의 번영은 무관하므로, 경제 척도에서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확진자 대비 사망률, 총인구 대비 사망률, 초과사망률, 감염재생산지수, 주간 평균 확진자 수. 전세계는 팬데믹 상황을 나타내는 수많은 숫자들과 3년째 씨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국에 유리한 통계치만 강조해 내놓으며 언론과 논쟁을 벌였다.

숫자를 보고 어떤 감정이 생긴다면, 혹시 그 숫자와 이해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라고 저자는 말한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인간이 잘못 사용할 뿐
영국 과학저술가 톰 치버스와 경제학자 데이비드 치버스가 함께 쓴 '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은 언론기사의 제목을 콕 집어 숫자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도록 조언하는 책이다.

'자폐증 급속 확산, 54명 중 1명'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통계와 함께 냉담하고 무심한 부모, 중금속 오염, 살충제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그러나 자폐증 진단이 급증한 객관적 이유는 단지 학계에서 진단 범위를 계속 넓혀왔기 때문이었다.

팬데믹 국면에서도 비슷한 일이 여러 나라에서 벌어졌다.

사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이의 연관성을 얼마큼 인정하느냐에 따라 사망자 통계가 들쑥날쑥한 경우가 잦다.

영국 예산책임청은 2020년 경제성장률을 1.2%로 예측하면서 불확실성 구간을 -0.8%에서 3.2% 사이로 뒀다.

'꽤 심각한 경기침체와 거대한 호황 사이 어디쯤'이지만, 막상 이같은 예측은 장황하고 기사로서 가치도 떨어진다.

책은 예측된 수치 뒤의 불확실성도 함께 봐야 하고, 언론도 이를 보도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한다.

▲ 위험한 숫자들 = 더퀘스트. 노태복 옮김. 264쪽. 1만7천원.
▲ 숫자에 속지 않고 숫자 읽는 법 = 김영사. 김성훈 옮김. 268쪽. 1만6천800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