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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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맥킨지 라자드 PWC를 비롯한 글로벌 컨설팅업체나 투자은행(IB) 출신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하고 있어 주목된다. 대외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 사업재편과 재무개선 전문가들의 역량을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약업체인 메지온은 지난달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김재형 사내이사를 신규선임했다. 캐나다 출신인 김재형 이사는 1982년생으로 라자드증권을 거쳤으며 이후 노무라증권과 크레디트스위스(CS)에서 인수·합병(M&A) 업무를 했다. IB에서 몸담으며 메가박스 매각, 롯데케미칼의 액시올(Axiall) 인수 자문 등을 담당했다. 미국 뉴욕에서 IB, 사모펀드(PEF) 등에서 근무하면서 근무크로스보더 딜(국경 간 거래)에 강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LF도 올해 초 맥킨지 출신 김다니 미래사업실장(상무보)를 영입했다. 노스웨스턴노스웨스턴의 켈로그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했다. 한국 삼표그룹과 두산인프라코어에 이어 맥킨지에서 근무한 김 상무보는 LF가 미래사업실을 신설하는 과정에서 실장으로 영입됐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 자회사인 SK온도 지난 2월에 PWC컨설팅 파트너(상무)에 재직하는 권상한 부사장(PI실장)을 전격 영입했다. 사업재편 등의 업무를 담당할 예정이다.

이처럼 컨설팅·IB 인력을 찾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를 비롯한 대외변수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에 대한 기대도 커지면서 이에 맞는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일부 기업들의 영입 성공 사례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IB업계에서는 가장 성공한 영입 사례로 반도체 장비업체인 에스에프에이(SFA) 김영민 대표이사를 꼽는다. 2008년부터 SFA에 몸담은 그는 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와 씨티글로벌마켓 등에서 M&A 업무를 담당했다. SFA의 SFA반도체·에스엔유프리시젼 등의 인수를 주도하는 역할도 했다. 그가 주도한 M&A 작업이 성과를 보이면서 SFA의 영업이익도 큰 폭 불었다. 이 회사의 2021년 영업이익은 1889억원으로 10년 전인 2012년(700억원)과 비교해 2.5배가량 불었다.

하지만 컨설팅·IB 인력 영입이 모두 성공한 것은 아니다. 웅진그룹이 2010년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로 영입한 글로벌 컨설팅그룹의 A팀장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2010년부터 그룹의 살림살이를 도맡으며 웅진코웨이 매각을 비롯한 주요 거래를 주도했고 조달 전략도 은행 차입금 조달에서 회사채 발행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회사채 시장 의존도가 커지면서 상대적으로 금융권과의 소통에 소홀해졌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금융권과의 불통에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2012년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이 법정관리를 겪었다. A 상무는 법정관리 직전 시점에 휴직을 신청하는 등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