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4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3.2%에 달할 것이라는 국제기구의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전망한 3.1%보다 0.1% 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 올해 석유류 제품을 비롯한 생활물가 전반이 더 큰 폭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6일 '2022년 아시아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을 3.2%로 전망했다. ADB는 아시아 지역의 경제협력을 증진하고 경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1966년 설립된 국제기구다. 현재 한국, 중국을 비롯한 49개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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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B는 지난해 12월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을 1.9%로 전망하는 내용이 담긴 '2021 아시아 경제 보충전망'을 발표한 바 있다. 불과 4개월만에 한국의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1.3%포인트나 올린 셈이다. 올해 2월부터 본격화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국제 원유 가격 및 곡물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점을 반영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ADB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직접적인 영향은 중앙아시아에 집중될 것이나, 에너지·식품 물가 상승 등으로 인해 아시아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ADB 전망대로 올해 한국 물가가 전년 대비 3.2% 상승하면 2011년(4.0%) 이후 연간 기준 가장 높은 물가 상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한은은 지난 2월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3.1%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의 연간 물가 안정 목표치는 2.0%다.

ADB, 4개월 만에 한국 물가상승 전망 1.3%p 올렸다
한국의 월간 물가 상승률은 이미 4%를 돌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4.1% 오르며 2011년 12월(4.2%)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해 1월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6%, 2월엔 3.7% 올랐다.

ADB는 이날 발표한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4개월 전인 작년 12월 보충전망에서 제시한 3.1%보다 0.1%포인트 낮은 수치다.

49개 ADB 회원국 가운데 일본과 호주, 뉴질랜드를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46개 개발도상국들의 평균 경제성장률은 올해 5.2%를 기록할 것으로 ADB는 전망했다. 작년 12월 전망치(5.3%)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다. 아시아 개도국의 물가는 올해 평균적으로 3.7% 오를 것으로 ADB는 내다봤다. 작년 12월 전망치(2.7%)보다 1%포인트 상향 조정됐다.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5.3%에서 4개월 사이 5.0%로 0.3%포인트 낮춰졌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7년 6.9% △2018년 6.7% △2019년 6.0% 등으로 꾸준히 하락하다 2020년엔 코로나19로 인해 2.3%까지 급락했다. 작년엔 기저효과로 인해 8.1%로 반등했지만, 올해엔 '코로나 봉쇄' 정책 등의 영향으로 성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