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대 출발' 삼성과 우시...글로벌 CDMO 시장서 맞대결 펼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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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7년 만인 지난 2018년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회사가 됐다. 쉴새 없이 대형 바이오의약품 생산설비를 들여놓은 덕분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목표는 위탁개발(CDO) 사업까지 더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글로벌 톱’이다.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정반대로 크는 회사다. ‘다품종 소량 생산’인 CDO로 시작해 ‘소품종 대량 생산’인 CMO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가 결국 ‘외나무 다리(CDMO)’에서 만날 것으로 본다. CDMO 사업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삼바 매출 앞지른 우시
4일 업계에 따르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02억9010만 위안(약 1조9706억원)을 달성해 1조5680억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추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이 1년새 35% 늘었지만 우시바이오로직스는 83.3% 성장한 결과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성숙시키는 CDO 사업으로 시작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을 거쳐 상업화까지 돕는 사업이다. 최근 들어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했던 파이프라인이 대규모 생산을 필요로 하는 임상 3상,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2개였던 상업화 프로젝트는 지난해 9개로 늘었다. 상업화 직전 단계인 임상 3상 프로젝트는 28개에서 32개로 늘었다. 전체 프로젝트는 1년 만에 334개에서 480개로 43.7% 늘었다. 점차 대량 생산이 필요한 단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5년 상업화 제품이 최대 26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업화에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매출 증가세가 지금보다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2017년 ’제로(0)‘였던 임상 3상 및 상업화 프로젝트 대상 CMO 매출 비중은 지난해 48%까지 커졌다.
임상 단계가 진전되다보니 자연스레 생산능력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5만4000L인 생산능력을 2024년 43만L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26만2000L로 늘리는 게 목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안정성 측면에서 CMO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CDO로 시작한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삼바 위협하는 우시
CDO에서 CMO로 성과가 옮겨가는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에서 CDO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두 회사가 직접 경쟁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능력도 CMO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압도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생산능력을 2024년 43만L로 확대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25만6000L)이 2023년 말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총 62만L로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앞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요 경쟁자로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정도를 언급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권역 내 바이오 의약품 생산설비 증설이라는 차원에서 삼성과 우시는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이런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큰 손’ 고객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우시바이오로직스에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생산을 맡겼다.
지난 2월 8일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수출입 미검증 목록(UVL)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장중 한때 10%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미 두 회사를 경쟁 구도에 놓고 보는 것이다.
UVL 대상이 되면 바이오 리액터 등 미국에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해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UVL 대상에 오른 중국 기업으로선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시바이오로직스 제제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로 주가가 크게 뛰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차세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중국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정반대로 크는 회사다. ‘다품종 소량 생산’인 CDO로 시작해 ‘소품종 대량 생산’인 CMO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가 결국 ‘외나무 다리(CDMO)’에서 만날 것으로 본다. CDMO 사업을 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우시바이오로직스의 ‘한 판 대결’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삼바 매출 앞지른 우시
4일 업계에 따르면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매출 102억9010만 위안(약 1조9706억원)을 달성해 1조5680억원을 기록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추월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이 1년새 35% 늘었지만 우시바이오로직스는 83.3% 성장한 결과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매출을 앞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초기 개발 단계에 있는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을 성숙시키는 CDO 사업으로 시작했다.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을 거쳐 상업화까지 돕는 사업이다. 최근 들어 개발 초기 단계부터 함께했던 파이프라인이 대규모 생산을 필요로 하는 임상 3상, 상업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우시바이오로직스 사업보고서를 보면 2020년 2개였던 상업화 프로젝트는 지난해 9개로 늘었다. 상업화 직전 단계인 임상 3상 프로젝트는 28개에서 32개로 늘었다. 전체 프로젝트는 1년 만에 334개에서 480개로 43.7% 늘었다. 점차 대량 생산이 필요한 단계로 들어서는 것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오는 2025년 상업화 제품이 최대 26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상업화에 들어가는 프로젝트가 빠르게 늘고 있다”며 “매출 증가세가 지금보다 더 가팔라질 수 있다”고 했다. 실제 2017년 ’제로(0)‘였던 임상 3상 및 상업화 프로젝트 대상 CMO 매출 비중은 지난해 48%까지 커졌다.
임상 단계가 진전되다보니 자연스레 생산능력도 키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시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5만4000L인 생산능력을 2024년 43만L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당장 올해 26만2000L로 늘리는 게 목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포트폴리오 안정성 측면에서 CMO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CDO로 시작한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삼바 위협하는 우시
CDO에서 CMO로 성과가 옮겨가는 우시바이오로직스와 달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에서 CDO로 확대하는 방향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두 회사가 직접 경쟁한 경우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능력도 CMO로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압도한다.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생산능력을 2024년 43만L로 확대해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25만6000L)이 2023년 말 완전 가동에 들어가면 총 62만L로 우시바이오로직스를 앞선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주요 경쟁자로 스위스 론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정도를 언급하는 배경이다.
그러나 시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아시아 권역 내 바이오 의약품 생산설비 증설이라는 차원에서 삼성과 우시는 경쟁 관계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이미 이런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큰 손’ 고객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은 우시바이오로직스에도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생산을 맡겼다.
지난 2월 8일 우시바이오로직스가 미국의 수출입 미검증 목록(UVL)에 올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장중 한때 10% 급등하기도 했다. 시장은 이미 두 회사를 경쟁 구도에 놓고 보는 것이다.
UVL 대상이 되면 바이오 리액터 등 미국에서 수출되는 제품에 대해 미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UVL 대상에 오른 중국 기업으로선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우시바이오로직스 제제의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기대로 주가가 크게 뛰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급성장하는 차세대 세포·유전자 치료제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경쟁 구도가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