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업자와 인근 소상인들은 원도심 개발과 주변 상권 활성화 등을 위해 주상복합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인근에 청사를 둔 경찰은 초고층 건물이 옆에 지어지면 헬기가 청사 옥상에서 이·착륙할 때 위험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4일 인천시와 인천경찰청 등에 따르면 민간사업자인 '예술회관역복합개발프로젝트'(옛 엘리오스구월)는 인천시 남동구 구월동에 있는 1만2천458㎡ 부지에 지하 8층·지상 42층짜리 주상복합 건물 3개 동을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주상복합 1∼4층에는 상가가, 5층 이상에는 오피스텔 555개가 들어선다.
이 부지는 과거 롯데백화점 건물이 있던 곳으로 지하철역이 가까울 뿐 아니라 구월 로데오거리 등 상권이 발달해있어 대표적인 노른자위 땅으로 꼽힌다.
사업자는 2019년 이 백화점 건물과 부지를 사들여 건물 리모델링을 한 뒤 아웃렛과 영화관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여파로 문을 열지 못했다.
리모델링 공사가 2020년 9월 중단된 뒤 1년 넘게 백화점 건물이 빈 상태로 방치됐다.
이에 사업자는 작년 1월부터 높이 제한(최대 15층) 규제를 완화하는 지구단위계획변경 등을 통해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짓는 방안으로 계획을 바꿨다.
사업자는 작년 처음 도입된 인천시의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제도(공공기여 사전협상제) 대상지 모집 때 제안서를 냈고, 백화점 건물과 부지가 선정됐다.
인천시가 층수 제한 완화 등 혜택을 주고 계획대로 주상복합건물이 지어지면 사업자는 250억원가량을 공공에 내놓아야 한다.

경찰은 공항시설법 시행규칙에 따라 인천경찰청 청사 반경 200m 이내에는 72.75m보다 높은 건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헬기 착륙장과 지나치게 가까운 곳에 고층 건물이 있으면 기체에 이상이 생기거나 기상이 좋지 않을 때 사고가 날 수 있다"며 "정지비행이나 선회비행 등 작전 수행에 필요한 조종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보안 사항이 유출되거나 인권침해가 일어날 수 있다고도 강조했다.
고층 건물에서 인천경찰청 청사를 드나드는 피의자와 피해자 등을 촬영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사업 시행사 측은 경찰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했다.
현재 인천경찰청 청사 옥상에 설치된 헬기장이 규격에도 맞지 않아 정식 시설로 볼 수 없고 인권침해 우려도 현실적이지 않다고 맞섰다.
예술회관역복합개발프로젝트 관계자는 "인천경찰청 헬기장은 정식 규격보다 작아 헬기장처럼 만든 피난시설일 뿐"이라며 "헬기장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인근 상인들도 과거 유명 백화점이던 건물이 장기간 방치된 탓에 상권이 죽어 피해가 크다며 신속한 사업 추진을 요구했다.
박경수(53) 구월 로데오 상가 연합회 회장은 "롯데백화점이 폐점한 이후 일대 유동 인구가 줄었고, 코로나19까지 겹쳐 매출이 50∼70%가량 감소했다"며 "주상복합 건물이라도 빨리 지어 상권이 살아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인천시는 42층 주상복합 신축이 지역 내 첫 공공기여 사전협상제 사업이긴 하지만 여러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인천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첫 공공기여 사업이긴 해도 무리하게 추진할 수는 없다"며 "이해관계자들의 입장도 듣고 사업자와도 계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