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보편복지'로 기재부와 충돌
예산 편성권 박탈까지 거론
관가, 金 '변심'에 "기백 사라져"
오형주 정치부 기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김 대표는 자신이 유년기를 보낸 경기 성남으로 이동해 재차 출마 선언을 했다. 성남은 이 전 지사의 ‘정치적 근거지’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더불어민주당에선 “이 전 지사의 ‘후광’을 얻기 위한 행보”라는 평가가 나왔다.
관가는 김 대표의 ‘이재명 계승’ 발언에 “과거 ‘곳간지기’를 자처하던 기백은 어디 갔느냐”고 아연실색하는 반응이다. 김 대표는 1983년 경제기획원 사무관을 시작으로 기획재정부 예산실장, 2차관 등을 지내며 35년간 공직 생활을 한 베테랑 경제관료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초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일했다.
김 대표는 관료 시절 재정 건전성에 대한 단호한 소신으로 주목받았다. 이명박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을 지낼 당시 그는 정치권이 제시한 각종 복지공약 이행에만 5년간 200조원이 든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파문이 확산하자 청와대에 사의를 밝혔으나 반려됐다. 기재부는 선거 중립 의무 위반으로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기관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후에도 김 대표는 기재부 차관으로서 “재벌가 자식에게도 정부가 보육비를 대주는 것은 복지과잉”이라며 정부의 무상보육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박근혜 정부 국무조정실장으로 있던 2013년 6월엔 국무회의에서 무상보육 예산을 놓고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이 전 지사는 도지사 시절 지역화폐와 기본소득 등 자신의 보편복지 공약에 제동을 건 기재부와 사사건건 충돌했다. 그는 지난해 기재부가 지역화폐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홍남기 부총리를 향해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고 쏘아붙였다. 대선 과정에선 기재부를 해체하고 예산 편성권을 청와대로 넘기겠다고 공약했다.
정치권에선 김 대표가 이 전 지사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 및 경기지사 출마 과정에서 자신의 소신을 충분히 피력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김 대표는 단일화 직후인 지난달 7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후보와 그 부분(재정 건전성)에서 생각이 다르지 않냐’는 질문에 “지금 기재부를 제가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는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재부와 이 전 지사 간 논쟁에서 오히려 이 전 지사를 두둔하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의 한 후배 관료는 “김 대표가 지방선거에 나와 ‘이재명 계승자’를 자처하려거든 이 전 지사의 ‘기재부 때리기’에 대한 입장부터 확실히 밝혀달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