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감정적인 충돌 멈추고 차질없는 정권 인수인계에 집중해야
신구권력이 또 정면으로 충돌하는 모양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신임 대표에 대해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로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며 현 정부를 강력히 비판하자, 청와대는 "인수위가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인 것이냐"고 역공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문재인 정부는 민간기업 인사에 전혀 관여한 바가 없다"며 "인수위가 극단적 언어를 써서 브리핑한 것에 대해 모욕적"이라고 했다.

여기에 인터넷상에서 불거진 대통령 부인의 옷값 논란과 관련해서도 국민의힘 조수진 최고위원이 "퇴임을 40 여일 앞두고 벌어진 김 여사의 옷값 논란, 특수활동비 전용 의혹은 안타깝고 민망하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박 수석은 "정말 해도 너무한다.

옷값을 사비로 지출했고 특수활동비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을 해도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고 있다"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선 직후부터 청와대 이전과 인사권 갈등으로 충돌했던 양측은 선거 19일 만에 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가까스로 만나 갈등을 봉합하는 듯했지만, 사흘도 못 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

대우조선 사장 인선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이 분명 있어 보인다.

문 대통령이 2018년 대우조선 옥포조선소를 찾았을 때 당시 상무였던 박 사장이 직접 브리핑하면서 '대통령 동생 친구' 논란이 불거졌다.

그 후 그는 곧바로 전무에 임명됐고, 이어 부사장을 거쳐 4년 만에 사장이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KDB산업은행이 절반이 넘는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의 공기업이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진을 추천하는 권한을 지닌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주도로 결성됐다.

사실상 산업은행이 경영권을 행사하는 회사인 것이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2020년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이 전 대표의 '20년 집권론'을 연상시키는 '가자 20년' 건배사로 잘 알려진 친문계 인사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은 증시에 상장된 회사로 대표이사 선임에 개입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가 정권 인수인계 기간 신구권력 재충돌을 야기할 만큼 중차대한 사안인지는 의문이다.

인수위가 우려를 표명하고, 의혹에 대해 감사원이 감사해서 박 대표 선임에 청와대와 산업은행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철저히 조사한 후 그 결과에 따라 처분하면 될 일을 굳이 민감한 시기에 거친 용어로 문 대통령을 거명하면서 갈등을 증폭시킨 이유를 모르겠다.

"인수위가 그 자리에 눈독을 들인 것이냐"는 청와대의 반응 또한 지나치다.

눈독을 들이면 차지할 수 있는 자리라는 얘기 아닌가.

"내가 눈독 들이면 로맨스 인사권 행사이고, 남이 눈독 들이면 불륜 인사권 행사인가"(김기헌 국민의힘 원내대표)라는 반박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현 상황은 양측이 상대에 대한 증오를 특정 사안을 통해 감정적으로 표출하고 이것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서 국정 전반에 부담을 지우는 형국으로 밖에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갈등 증폭이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이해에는 부합할지 몰라도 차질 없는 정권 인수인계를 통해 민생을 안정시켜 달라는 국민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것임을 양측은 명심하기 바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