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핵심 파트너, 탈퇴 선언…야권, 서류상 과반 확보
내달 3일 불신임 투표…군부까지 등돌려 칸 총리 궁지 몰려
파키스탄 총리, '불신임 위기' 속 연정도 사실상 붕괴
임란 칸 파키스탄 총리가 경제난 등으로 인해 의회 불신임 위기에 몰린 가운데 그가 이끄는 연정도 사실상 붕괴되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지오뉴스 등 파키스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여당 테흐리크-에-인사프(PTI)의 연정 파트너 중 의석 수(7석)가 가장 많은 MQM-P가 칸 정부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MQM-P를 이끄는 나스린 잘릴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칸 총리에 대한 불신임을 추진하는 야권 연합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MQM-P 소속 각료도 칸 총리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로써 야권 연합은 서류상으로 하원 342석 중 과반인 177석을 확보, 다음 달 3일께로 예정된 총리 불신임 투표를 앞두고 큰 동력을 얻게 됐다.

현재 PTI의 의석수는 155석이며 다른 연정 파트너의 의석을 모두 합해도 164석에 불과하다고 지오뉴스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PTI 의원 수십 명도 야권과 함께 불신임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상태라 칸 총리의 불신임은 매우 유력한 상황이 됐다.

더욱이 '물밑 정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군부도 칸 총리에 대한 암묵적 지지 입장을 철회했다는 보도도 나오는 상황이라 칸 총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진 상태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칸 총리는 지난 27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대규모 유세를 여는 등 지지세 결집을 통해 반전에 힘쓰고 있다.

크리켓 스타 출신인 칸 총리는 2018년 총선에서 반부패, 정실인사 척결, 교육·의료 환경 개선 등을 약속하며 인기를 얻어 총리가 됐다.

하지만 야권과 여당 내 '반란 세력'은 칸 총리의 집권 기간 경제와 외교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중국과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등으로 인해 부채에 허덕이던 파키스탄 경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파키스탄은 현재 중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몇몇 우방의 지원과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통해 가까스로 경제 붕괴를 막아내는 중이다.

외교의 경우 지난 몇 년간 미국 등 서방과 멀어지고 친중 노선이 강화되면서 국제적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파키스탄에서는 1947년 독립 후 쿠데타 등으로 정치 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지금까지 어떤 총리도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파키스탄은 의원내각제 정치 체제를 채택한 나라로 원내 과반 의석을 차지한 세력의 대표가 총리가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