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의 핵심 토후국 두바이가 러시아 올리가르히(정권과 유착된 신흥 재벌)의 도피처로 떠오르고 있다. 서방 세계의 강도 높은 제재를 받고 있는 올리가르히들이 규제가 없는 우방국으로 몰려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은 30일 “두바이가 올리가르히와 암호화폐산업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바이는 UAE의 7개 토후국 중 하나다. UAE는 표면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고 있지만 여전히 러시아를 오가는 직항로를 운영하는 등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UAE와 러시아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회원국이다.

최근 두바이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강화된 이후 투자 또는 거주 목적의 부동산을 구하려는 러시아인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바이 모던리빙부동산의 티아고 칼다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러시아인 고객이 10배나 늘어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직원 3명을 고용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관된 러시아 사업가 38명이 두바이에 최소 3억1400만달러(약 3804억원) 규모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

두바이는 암호화폐산업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달 초 암호화폐 허브 구축을 목표로 제도를 정비하자 두바이로 향하는 글로벌 암호화폐거래소가 증가했다.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비트는 지난 28일 싱가포르에서 두바이로 본사를 이전하고 이르면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또 다른 암호화폐거래소인 크립토닷컴도 같은 날 두바이에 지역 거점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싱가포르는 두바이와 달리 지난 1월 암호화폐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암호화폐업체의 광고를 금지하는 지침을 내놨다.

암호화폐는 금융 제재로 돈줄이 막힌 러시아인의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리 아데예모 미 재무부 부장관은 29일(현지시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암호화폐업체를 비롯해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도록 돕는 모든 곳에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