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대구시청 본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6.1지방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이 30일 오전 대구시청 본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6.1지방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권영진 대구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대구시장 선거가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 간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의 출마 여부에 따라 선거 구도는 다시 출렁일 것으로 보인다.

권 시장은 이날 대구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트 코로나와 새 정부가 출범하는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람이 대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드리는 것이 대구를 위한 길이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권 시장은 막판까지 출마를 고심했으나 지지율이 답보하자 전날 측근들에게 불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대구시장 선거는 홍 의원이 앞서고 김 전 최고위원이 뒤따르는 '1강 1중'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지난 27일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데일리리서치가 발표한 대구시장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홍 의원은 43.1%, 김 전 최고위원은 19%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권 시장은 11.5%, 홍의락 전 대구부시장이 7.5%,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4.8% 순으로 뒤따랐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재원 전 최고위원
변수는 '박심(朴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24일 대구 달성군 사저에 돌아오면서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좋은 인재들이 저의 고향인 대구에 도약을 이루고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한 대상이 측근인 유 변호사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유 변호사는 지난 2016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현재까지 박 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역할을 맡고 있다.

유 변호사는 오는 4월 1일 전까지 출마 여부를 밝힐 계획이다. 그는 지난 29일 언론인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출마를 왜 해야하는지 출마를 한다면 어떤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자에 대해 스스로 고민을 하고 답을 찾은 후에 찾은 결심을 말씀드릴 수 있는데 현재 한편으로는 염려의 말씀과 다른 한 편으로는 격려의 말씀을 들으면서 고민중에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과 김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엇갈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홍 의원은 자신의 소통채널인 '청년의꿈'에 '박 전 대통령을 만날 것이냐'는 질문이 올라오자 "이제 자연인으로 편하게 노후 보내시는게 좋다"며 거리를 뒀다. 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박 전 대통령이 퇴원할 때 서울삼성병원으로 마중나가며 '원조 진박' 정체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현역의원·무소속 출마자 페널티를 줄인 것도 변수다. 공관위는 지난 29일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경우 5%, 최근 5년 사이 공천에 불복해 탈당하고 출마한 경력자는 10%의 페널티를 부여하고 1인당 페널티는 10%를 넘지 못하게 하는 규정을 발표했다. 앞서 당 최고위가 현역의원은 10%, 무소속 출마자는 15%의 감점을 부여하고 페널티가 합산될 수 있도록 했으나 이를 대폭 완화한 것이다. 이로써 현역의원이자 무소속 출마 경력자인 홍 의원이 받는 감점은 25%에서 10%로 줄게 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