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접 책임자 수사 일단락…구조적 비위 분야, 현산 본사 대상 수사 과제
시공사·하청업체·감리 "모두 과실 책임"…본사 겨누는 수사
광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는 시공사인 현산, 하청업체, 감리 등 각각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인재로 드러났다.

구조적 불법 요인도 포착돼 불법 재하도급 사실이 확인됐고, 미등기 전매와 민원처리와 인허가 적정성에 대해서 경찰은 추가 수사를 진행한다.

특히 붕괴사고의 직접적인 과실 책임자에 대한 수사를 일단락한 경찰은 사고의 배경이 된 인력배치 구조에 초점을 맞춰 현산 본사에 대해 사정의 칼을 겨눈다.

◇ 시공사, 하청업체, 감리 "제 역할한 주체 없다"
광주 서구 신축아파트 붕괴사고 수사본부(광주경찰청)는 이번 붕괴 사고가 시공사, 하청업체, 감리 등의 과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판단했다.

최초 붕괴 요인으로는 39층 최초 붕괴 지점 시공 방법으로 데크플레이트 방식으로 바꾸며, 수십t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지대를 설치해 과도한 하중을 부과한 것이 지목됐다.

현산 현장 소장 등은 구조검토도 거치지 않고 하도급업체인 가현종합건설 측이 공법을 변경해 시공하게 했고, 가현 측은 공사 지연 등을 이유로 안정성 검토도 거치지 않고 공법을 임의 변경했다.

감리는 주요 공사 단계마다 설계도서대로 시공이 진행되는지 확인해 시정 또는 공사 중지 조치를 했어야 함에도 시공 방법 변경과 콘크리트 지지대 설치를 묵인했다.

두 번째 요인으로 지목된 하부 3개 층 지지대(동바리) 조기 철거에서도 현산과 감리는 현장을 확인하지 않았고, 가현 측은 구조검토나 콘크리트 강도 측정 없이 동바리를 미리 철거해 버렸다.

콘크리트 강도 미달 원인에 대해서도 현산 품질관리자는 콘크리트 품질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가현은 혹한의 날씨에 콘크리트를 타설하고, 양생도 부실하게 진행했다.

감리는 콘크리트 품질 직접 하지도 않고 타설을 승인하는 등 감리의 의무를 소홀히 했다.

경찰은 붕괴 과실 책임을 물어 현산 측 3명, 하도급업체 2명, 감리 1명 등 총 6명을 구속 송치하고 9명은 불구속 송치할 예정이다.

시공사·하청업체·감리 "모두 과실 책임"…본사 겨누는 수사
◇ 불법재하도급 사실 확인…구조적 비위 수사
경찰은 원인과 책임자 규명 수사 분야 외 6명을 추가 입건해 구조적 불법행위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현장에서 불법 재하도급 사실이 확인됐다.

철근콘크리트 공사를 하도급받은 가현 측은 콘크리트 타설을 다시 펌프카 제공업체의 인력에 맡겨 재하도급 줬다.

가현 측은 펌프카 업체와 노무 약정서를 맺어 임금을 콘크리트 타설량에 맞춰 재하도급 업체에 주며 추상적인 업무지시만 하는 등 전형적인 불법 재하도급 행태를 보였다.

경찰은 불법 재하도급 외에 아파트 부지매입 과정에서 중간 등기를 생략(미등기 전매)해 양도세를 포탈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행사와 부동산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또 철거업체 선정과정에서도 비위가 있었음을 의심하고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광주 서구청 공무원 1명도 입건해 민원처리와 인허가 적정성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담당 공무원이 건설 현장의 불법 사항을 수시 지도·감독 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 주는 등 업무상 비밀 누설 행위나 직무유기 혐의가 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시공사·하청업체·감리 "모두 과실 책임"…본사 겨누는 수사
◇ 현산 본사 책임성 규명하나…'부족한 인력 배치' 초점
경찰은 향후 수사 과제로 ▲ 현산 본사의 안전관리 미흡 등 부실 공사 책임 유무 ▲ 콘크리트 품질 관리 부분 업체 불법 행위 등을 추가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 중 특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전 사고가 발생, 법 적용 대상에 벗어난 현산 본사에 대한 처벌 가능성에 관심이 쏠린다.

경찰은 공사 현장에 인건비를 줄일 목적으로 현산 본사 측이 적정인원보다 부족한 직원을 배치한 정황을 발견하고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부족한 인력은 현장에서 품질 관리 등을 소홀히 하는 것 등으로 이어져 붕괴의 간접적인 요인이 됐으리라는 것이 경찰의 판단이다.

다만 붕괴 사고의 원인이 본사 차원의 공기단축이나, 비용 절감 요청에 따른 것인지는 관련자들이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고 있어 구체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

광주 경찰청 관계자는 "현산 본사 측의 인력 배치 등의 문제 등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회사의 최종결재권자인 현산의 대표이사 등도 소환조사할 계획이다"며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향후 수사도 철저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