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신문 "러, 장거리 포격 중심 소모전 전략 선택한 듯"
"민감한 표적 장거리 타격은 갈등관리·분쟁 국지화 의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950㎞ 이상 떨어져 있는 카스피해 함대(Caspian Flotilla)까지 동원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크라 침공] "러, 950㎞ 밖 카스피해 함대까지 폭격에 동원"
크렘린은 이날 카스피해에 있는 함정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코스티얀티니프카의 연료 저장고를 향해 신형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발사했다며 카스피해 함대가 중요 표적을 폭격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러시아 공군 미그-31 전투기도 같은 표적에 최고 속도 시속 3천700마일(6천250㎞)의 킨잘 극초음속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장거리 포격전략은 흑해는 물론 카스피해의 러시아 해군까지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카스피해 함대에서 우크라이나 내 표적을 공격하려면 미사일이 러시아 상공 수백㎞를 때로는 낮은 고도로 비행해 통과해야 한다.

텔레그래프는 이는 러시아군이 격렬한 저항에 부딪힌 키이우(키예프)와 오데사 등에 대한 지상 공격에 더는 주력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크렘린이 무차별적 화력 사용으로 민간 사상자 발생 위험이 큰 소모전으로 기우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카스피해 함대의 역할 확대는 이번 전쟁에 새 전선이 추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코르 코나셴코프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카스피해에서 발사된 칼르브르 순항미사일과 크림반도 영공에서 발사된 킨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이 콘스탄티노프카 근처 우크라이나군의 대규모 군수기지를 파괴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흑해함대와 카스피해 함대 현대화에 수십억달러(수조원)를 쏟아부었다.

2014년 크림반도 합병 당시 러시아 흑해함대는 소련 시대 함정이 대부분이었으나 크림반도 세바스토폴로 기지를 옮긴 뒤 최신 전함과 잠수함으로 교체됐다.

1722년 러시아제국 피터 대제가 창설한 카스피해 함대는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가 이어받았다.

함대에는 게파드급 호위함 3척과 부얀급 소형호위함 3척, 타란툴급 소형 호위함 3척, 마트카급 미사일정 3척, 건보트 4척, 소나야급 기뢰정 3척 등이 포함돼 있으며 전체의 85%가 현대식 선박인 것으로 추정된다.

영국 국방·안보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는 흑해함대 함정 3분의 1 정도가 사거리 1천400㎞ 이상인 칼리브르 순항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RUSI 전문가들은 이들 함대가 지상군을 지원하기 위해 정밀 타격 능력을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표적을 장거리에서 공격하는 것은 러시아가 갈등이 고조되는 것을 관리하고 분쟁을 국지화하는 방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