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지식재산권(지재권) 면제에 대한 잠정 합의 소식에 제약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16일(현지시간)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속한 국제제약제조업협회(IFPMA)가 이번 합의에 대해 “위기 대처 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조치”라며 비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마스 쿠에니 IFPMA 사무총장은 “(회원사들은) 이미 더이상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대한 제약이 없는 상황에서 지재권을 면제하는 건 잘못된 신호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라고 했다.

지난 15일 미국을 비롯한 유럽연합(EU)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4개 세계무역기구(WTO) 회원국은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에 잠정 합의했다. 면제 논의가 시작된 지 약 1년 반 만이다. 지난해 미국은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를 선언했지만 독일과 스위스, 영국 등의 반대에 부딪혔고 상황은 진전되지 않았다.

이번 합의문은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에 대처하기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권리자의 동의 없이 코로나19 백신 생산 및 공급에 필요한 지재권을 사용하도록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번 면제 혜택은 WTO 회원국 중 지난해 세계 코로나19 백신 수출량의 10% 미만인 곳만 받을 수 있다. 중국은 제외될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상당 기간 백신을 수출하지 않았던 인도는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또 코로나19 백신만 포함되며 코로나19 치료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합의에는 코로나19 백신 제조에 필요한 성분과 공정 기술도 포함된다. 이는 새로운 기술인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국가에 전문지식(노하우)을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다.

이 합의문이 정식으로 채택되려면 WTO의 164개 회원국 모두 동의해야 한다. 또 면제 기간을 몇 년으로 할지도 함께 합의해야 한다. 합의문은 면제 기간을 3~5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다만 글로벌 제약사들의 반발에 합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응고지 오콘조 이웨알라 WTO 사무총장은 이번 합의 내용이 발표된 후 “이것은 중요한 진전”이라며 “그러나 전체 WTO 회원국의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말했다.

아담 호지 미 무역대표부(USTR) 대변인은 “아직 최종 합의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4개 WTO 주요 당사자 간의 비공식적인 논의로 타협을 도출했으며 협의가 계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