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팻 겔싱어 인텔 CEO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앞으로 10년간 유럽에 반도체 생산과 연구·개발(R&D)을 위해 800억 유로(한화 약 110조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인텔은 유럽 내 제조 역량 확보를 위해 총 330억유로(약 45조원) 이상 규모의 초기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라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텔의 투자는 스페인에서 폴란드까지 유럽연합(EU) 전체에 걸쳐 이뤄질 것"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더 조화롭고 탄력 있는 공급사슬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필수적인 디지털 기술을 작동시키는 두뇌"라고 말했다.

인텔의 대유럽 투자 초석은 구동독 지역인 마그데부르크에 170억유로(약 23조원)를 들여 건립하는 반도체 공장 허브다. 인텔은 2023년 상반기 공장 건립을 시작해 2027년부터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프랑스에는 파리 인근에 연구·개발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모두 1000명이 고용되는 센터에서는 인텔의 고성능컴퓨팅(HPC)과 인공지능(AI) 디자인 능력 향상에 관한 연구가 이뤄진다. 인텔은 프랑스에 파운드리 디자인센터도 설립할 예정이다.

인텔은 또 아일랜드 내 반도체 생산시설을 120억유로(약 16조3000억원)를 들여 확장하고 이탈리아에 45억유로(약 6조2000억원) 규모의 포장 및 조립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폴란드에는 실험시설을 확충하고, 바르셀로나엔 슈퍼컴퓨팅 센터와 공동 센터를 설립한다.

EU는 앞서 지난달 세계적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고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EU 반도체칩법을 제정하고, 반도체 부문에 공공과 민간에서 430억 유로(약 59조원)를 투자하기로 한 바 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유럽내 반도체 생산이 전 세계 생산량의 20%를 달성한다는 게 목표. 현재 세계 시장에서 EU 회원국들의 반도체 생산 점유율은 9% 수준에 그친다.

우르줄라 폰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인텔의 발표에 대해 EU 칩스 법에 따른 첫 번째 주요 성과라고 환영했다. 그녀는 "이것(인텔의 발표)이 더 많은 회사들이 뒤따를 수 있는 선례를 열어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