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가 메타버스 플랫폼 안을 돌아다니다가 편의점에 들어간다. 여느 편의점처럼 음료와 과자, 컵라면이 진열돼 있다. 마침 허기를 느끼던 유저가 상품을 터치하면 결제창이 뜬다. 결제를 완료하면 실제 상품으로 바꿀 수 있는 바코드가 스마트폰에 저장된다.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이 등장했다. GS리테일은 14일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신한은행 메타버스 플랫폼에 GS25신한메타버스점을 열었다고 밝혔다. 편의점 최초로 메타버스와 실제 구매를 연동한 게 특징이다.이 점포 가상매대에는 오프라인 편의점에서 인기 있는 음료, 과자, 컵라면 등 50여 개 상품이 진열됐다. 유어스 스누피딸기우유, 유어스 야쿠르트그랜드 등이 대표적이다. 유저가 진열된 상품을 터치하면 GS샵의 웹페이지가 뜨고, 해당 상품의 모바일상품권 결제페이지가 나타난다. 이후 신용카드 또는 각종 페이 등을 이용해 결제하고 모바일상품권을 오프라인 GS25 점포에서 실제 상품으로 바꾸는 방식이다.아직은 외부 연동이라는 기초적인 방식이지만 메타버스와 실제 상품 구매를 연결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커머스 기능은 메타버스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안재오 GS리테일 메타버스전략팀 매니저는 “메타버스와 커머스의 연결 방식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메타버스 스타트업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이 사모펀드 운용사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고 14일 발표했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평가된 브이에이코퍼레이션의 기업가치는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 13개월 만에 ‘유니콘 기업’ 반열에 진입한 셈이다. 국내 스타트업계 최단기 기록이다.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시각특수효과(VFX)를 활용한 3D 버추얼 프로덕션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능력과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현실 세계와 컴퓨터 그래픽을 이용한 가상 배경을 실시간으로 병합해 촬영하는 기법을 말한다.설립 5개월 만인 지난해 8월 NHN·컴투스·LG전자 등으로부터 총 100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A를 유치하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버추얼 스카우팅, 인 카메라 VFX 등 버추얼 프로덕션 핵심 기술을 자체 확보하는 등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게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측 설명이다.지난해에는 1만5000㎡ 크기의 대형 버추얼 프로덕션 연구소 ‘브이에이 스튜디오 하남’을 열었다. 확장현실(XR), 라이브커머스, 영화·드라마 등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실감형 콘텐츠 제작에 주력하기 위해서다.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2021년 설립됐다. 창업자는 유명 화장품 브랜드 AHC의 운영사 카버코리아를 이끌었던 이상록 스탠더스 회장(48)이다. 이 회장은 카버코리아 창업 후 2017년 글로벌 기업 유니레버에 AHC를 약 3조원에 매각하며 ‘창업 대박 신화’를 쓴 인물이다. 업계는 이 회장에 대한 신뢰감이 이번 투자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평했다. 그는 메타버스 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확신하고 스탠더스를 통해 브이에이코퍼레이션 설립과 투자를 주도했다.브이에이코퍼레이션은 이번 시리즈A 투자 계약으로 경기도 일대에 11만5000㎡ 규모의 버추얼 스튜디오를 확충하고 버추얼 휴먼 기술 고도화 등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 기술 강화에 힘쓸 전망이다.이소현 기자 y2eonlee@hankyung.com
지난해 벤처투자 시장을 관통한 단어는 단연 ‘제2 벤처붐’이었다. 2021년 한 해 동안 신규 집행된 벤처투자액은 7조6802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78%나 늘어난 규모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도 7곳이 늘어 역대 최다인 18개사를 기록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플랫폼을 앞세운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높아져 2000년대 초 ‘닷컴 버블’처럼 단기간에 꺼져버릴지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모처럼 찾아온 벤처붐의 열기가 올해도 이어질지 국내 벤처캐피털(VC) 20개사의 리더들에게 물었다. 스타트업 옥석 가리기 본격화14일 한국경제신문의 자본시장 전문매체인 ‘마켓인사이트’가 국내 VC 리더 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0%인 18명이 “국내 스타트업 몸값이 고평가 국면에 진입했다”고 답했다. 가장 고평가된 분야로 절반 이상이 블록체인과 메타버스를 꼽았다. e커머스(전자상거래)가 30%로 뒤를 이었다.다만 향후 유망할 것으로 보이는 분야 역시 블록체인·메타버스가 40%의 응답률로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분야답게 몸값 과열 우려와 성장 기대감이 동시에 고조되는 양상이다. 지난해 투자 경쟁이 뜨거웠던 e커머스와 핀테크,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후테크 분야는 올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을 것으로 분석됐다.VC업계 리더들은 올해가 스타트업의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봤다. 한 응답자는 “상장사에 비해 스타트업의 몸값이 많이 고평가된 상태”라며 “유동성이 풍부해 당장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지금처럼 증시 침체가 계속된다면 스타트업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특히 몸값 500억~1000억원 규모인 시리즈B 단계의 기업들에 거품이 끼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그동안 저평가돼 있던 국내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이제 글로벌 평균에 맞춰지고 있다”고 분석한 응답자도 있었다. 유니콘 후보는 메가존, 에이블리지난해 국내에서 집행된 VC 투자 중 가장 의미 있었던 거래는 비전펀드의 야놀자 투자를 꼽은 응답자가 15%로 가장 많았다. 야놀자는 지난해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을 투자받으면서 8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무신사의 1300억원 투자 유치와 당근마켓의 1800억원 투자 유치를 꼽은 응답자는 각각 10%를 차지했다.올해 새롭게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이는 회사로는 메가존클라우드(클라우드), 에이블리코퍼레이션(패션 e커머스), 파두(팹리스), 뮤직카우(음악 저작권 거래), 퓨리오사AI(팹리스) 등이 거론됐다.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 후보를 묻는 질문엔 응답자의 25%가 비바리퍼블리카(토스)를 꼽았다.응답자들은 투자를 결정할 때 스타트업의 ‘인력 구성’(40%)을 가장 눈여겨본다고 답했다. 회사의 ‘혁신성’과 ‘성장성’이 제일 중요하다는 응답은 각각 30%로 집계됐다. ‘실적’을 중시한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당장의 매출과 이익보다는 회사의 미래 비전을 보고 투자한다는 얘기다.올해 가장 주목하는 해외 투자 지역을 묻는 질문엔 동남아시아가 1위로 꼽혔다. 20명 중 9명이 동남아 스타트업 발굴에 나설 것이라고 답했다. 규제 완화, LP 다변화 시급VC 리더들은 벤처업계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과제로 ‘규제 완화’를 가장 많이 꼽았다. 한 응답자는 “쏘카나 로톡처럼 ‘혁신적 파괴’가 일어나는 분야에서 규제를 철폐해야 새로운 유니콘이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응답자는 “스타트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포지티브 규제’가 문제”라고 진단했다.출자자(LP)의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답도 많았다. 양질의 민간 LP가 늘어야 VC의 자금 모집이 원활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 밖에 △인수합병(M&A)을 통한 회수시장 활성화 △대학 내 체계적인 창업 교육 강화 △다양성을 수용하는 문화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김종우/박시은 기자■ 주요 응답자 명단 (이름 가나다 순)김종필 KB인베스트먼트 대표, 김창규 KTB 네트워크 대표, 남기문 스마일게이트인베스 트먼트 대표,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 박하진 HB인베스트먼트 대표, 송은강 캡스 톤파트너스 대표, 유승운 스톤브릿지벤처스 대표, 윤건수 DSC인베스트먼트 대표, 이승 원 나우IB 대표, 임정욱 TBT 대표, 정근호 스틱벤처스 대표, 지성배 IMM인베스트먼트 대표,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