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기자회견 열어 주장…"남북러 프로젝트에 도움안돼"
민간인 피해 지적에 "군사시설에 왜 어린이가"…'나토위협' 거론 침공 정당화 논리 반복
주한 러대사 "한국 제재동참 깊은 유감…관계발전 추세 바뀔것"(종합)
안드레이 쿨릭 주한 러시아 대사는 28일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러제재에 동참하는 데 대해 "우리의 깊은 유감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쿨릭 대사는 이날 오후 서울 주한러시아대사관에서 연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한국 정부가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는 대러시아 제재에 공식적으로 동참하지 않았던 것을 거론하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수교 이후) 30년 동안 러시아와 한국 간의 관계는 긍정적으로만 발전해왔는데 협력 수준이 올라가는 추세가 이제 방향을 바꿀 것 같다"고도 주장했다.

쿨릭 대사는 한국의 국익을 생각하면 대러제재에 동참할 이유가 없다며, 한미관계를 염두에 둔 듯 "제재를 하도록 하는 유일한 요소가 있다면 대한민국이 지금 받고 있는 강력한 외부 영향"이라고 말했다.

'외부 영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미국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 "한국이 이런 압력에 항복해서 제재에 동참했다면 우리의 양자관계가 발전하는 추세가 바뀔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도 했다.

아울러 가스·철도·전력 등의 분야에서 추진돼온 남북러 3각 협력 사업을 거론하며 "러시아에 가해진 경제제재는 이 프로젝트 추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 명백하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북러 협력 프로젝트는 사실 핵 문제 해결, 남북관계, 한반도 평화와 안보, 번영확립 등과 긴밀히 연관돼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면 한국이 정말 이 모든 것을 필요로 할까에 대해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쿨릭 대사는 기자회견 모두발언에서 "러시아에 겁을 주려는 시도는 언제나 실패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가하고 있는 강력한 제재를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국제사회의 대러제재에 동참하는 국가들이 "러시아 양자관계에 상당한 피해를 줄 뿐 아니라 서방국들이 지금 하고 있는 불법 행동에 동참하는 것을 확실히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한국 매체들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서방 시각에서만 보도하고 있다고 불만을 내비친 쿨릭 대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용해온 논리를 이날 회견에서도 장시간 내세웠다.

그는 1시간여에 걸친 모두발언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확장 및 우크라이나 영토의 '군사적 개발' 등에 따른 안보 위협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반복하며 이는 자신들에게 '삶과 죽음의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미국과 나토는 나토의 비확장을 추구할 러시아의 권리를 부정하고 있다.

동맹을 맺을 자유를 최우선 순위에 놓고 다른 국가의 안보를 침해하지 않아야 하는 조건을 완전히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특별 군사작전을 선언한 장문의 연설 내용에서 대부분 등장한 논리이기도 하다.

한편 쿨릭 대사는 어린이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의 인명 피해에 대한 지적에 "팩트 체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군사시설에 왜 어린이가 있었는지 사실은 저도 이해가 어렵다"는 답을 내놨다.

러시아 내부에도 반전 시위가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질문에는 "러시아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위 두 번째 전선"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