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심기 불편'에 내려졌다가 재등장…"사회 문제 말하는 것이 민주주의"
주한 美 대사관, 2년 만에 '흑인 목숨도 소중' 현수막
2020년 주한미국대사관 건물 전면에 내걸렸다가 이틀 만에 철거됐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현수막이 2년여 만에 다시 설치됐다.

2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주한미대사관은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 대사관 건물 외벽에 BLM 현수막을 내걸었다.

백인 경찰관의 과잉진압으로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직후인 2020년 6월 13일 현수막을 걸었다가 이틀 만에 철거한 지 1년 8개월 만이다.

당시 주한미대사관은 공식 트위터에 BLM 현수막을 설치한 사진을 소개하며 "인종 차별과 경찰 만행에 대한 항의"라고 썼고, 해리 해리스 당시 대사 또한 이 글을 리트윗해 "미국은 다양성이 보장되는 국가"라고 적었다.

이를 두고 로이터통신·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주한미대사관이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며 BLM 운동과 갈등을 빚던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를 불쾌하게 여겼다고 보도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가 BLM 운동에 공개적 지지를 보낸 것은 드문 일"이라며,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현수막 설치를 알게 되자 못마땅해했고, 당일 현수막이 철거됐다"고 설명했었다.

이후 약 2년간 볼 수 없었던 현수막이 이번에 다시 내걸린 것이다.

주한 美 대사관, 2년 만에 '흑인 목숨도 소중' 현수막
국내 외교 전문가들은 BLM 현수막 설치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트럼프 낙선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비무장 상태에서 히스패닉계 자율방범대원의 총을 맞고 숨지며 BLM 운동의 시초가 된 트레이본 마틴의 10주기(2월 26일)를 즈음해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인종차별 철폐에 관해 공감하지 않는 미국인은 트럼프 지지자뿐이다.

양식을 가진 중산층이라면 BLM에 반대하지 않는다"며 "민주당 정부의 정책이 현수막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주한미대사관 대변인은 연합뉴스에 보낸 메일에서 "주한미대사관은 다양성과 포용성 전담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 위원회의 계획 중 하나가 '흑인 역사의 달'(Black History Month)인 2월에 BLM 배너를 거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는 사회 정의를 진전시키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

이런 것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이 민주주의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