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능한 지도자" vs "전시에 진가 발휘" 우크라 대통령 평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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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대통령 선거 당시 인기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화제가 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이번 전쟁을 계기로 국가 지도자로서 역량에 대한 '실전 평가'를 받고 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전쟁을 전후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고조되던 지난해 말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대국 사이에서 외치 능력이 부족한 지도자라는 혹평이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지만 수도 키예프를 떠나지 않고 여러 정상과 전화통화로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하루에도 몇번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사 항전을 독려하는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외교 역량에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가 지금은 진정한 전시 지도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입체적 평가를 내놨다.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 등 안전 보장 안건을 요구하며 외교적 협상과 침공 위협의 양면 전술을 썼던 지난 몇 주간 그가 보인 행보는 혹평을 받았다.
전쟁터가 될 곳은 우크라이나인데 서방과 러시아의 협상에 우크라이나의 자리는 없었던 탓이다.
캐나다 국제문제 분석가 마이클 보셔키브는 11일 CNN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국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점점 의구심 가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키예프 인디펜던트 신문의 올가 루덴코 영문 편집장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지난 몇 년간 했던 잘못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을 때도 TV 연설에서 부활절 바비큐 등을 언급하며 일상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방이 제기하는 침공설로 우크라이나 경제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침공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리코프가 점령될 수 있다면서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를 두고 루덴코 편집장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고, 매우 거만한 톤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다"면서 "우크라이나인으로서 의사소통 측면에서 그에게 실망해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었다.
이코노미스트도 "(당시) 다수가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침공 위기에 놓인 국가를 이끄는 데 적임자가 맞는지 의심했다"라고 해설했다.
이어 이 잡지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자, 관객과 소통했던 무대 연기자 출신답게 국민과 소통하며 국가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는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 욕망, 꿈을 비춰낸다. 우크라이나는 침공 이후 뭉치고 있다"며 "그가 국민의 영혼을 끓어오르게 하고 다시 고양된 국민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평가했다.
미 NBC 방송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양면적 모습을 조명했다.
이 방송은 그가 전쟁 직전 침공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중에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해 현실 인식 면모에서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달 말 미 CBS 인기 심야 토크쇼에서 이같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그의 모습을 조롱하는 유머를 선보이는 일도 있었다.
2019년 대선 때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이를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해 침공의 도화선을 사전에 뿌리 뽑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이런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전쟁의 구실로 삼았다.
그러나 그가 러시아의 압박과 오랜 국내 분쟁을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현명한 지도자'로서는 역량이 부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최근 전시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를 낮춰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다가오는 와중에도 도망가지 않고 차분하게 SNS로 소통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에 체포되거나 살해될 우려가 있으니 대피하라는 미국 등의 권유를 거절했다는 미국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키예프에서 활동하는 정치 분석가 발렌틴 글라드키흐는 "어떤 역대 대통령도 이런 전면적 침략에 맞닥뜨린 적 없다"면서 "전례 없는 위협을 마주하고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가 가진 최고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 우크라이나 역사 전문가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도 트위터에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역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남는 용기를 보였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
그에 대한 평가는 전쟁을 전후로 엇갈리는 분위기다.
러시아의 침공 우려가 고조되던 지난해 말 젤렌스키 대통령은 강대국 사이에서 외치 능력이 부족한 지도자라는 혹평이 대체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의 침공을 받았지만 수도 키예프를 떠나지 않고 여러 정상과 전화통화로 도움을 요청하는가 하면 하루에도 몇번씩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사 항전을 독려하는 '강한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6일(현지시간) 외교 역량에 의심의 눈초리가 쏟아졌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그가 지금은 진정한 전시 지도자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입체적 평가를 내놨다.
러시아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금지 등 안전 보장 안건을 요구하며 외교적 협상과 침공 위협의 양면 전술을 썼던 지난 몇 주간 그가 보인 행보는 혹평을 받았다.
전쟁터가 될 곳은 우크라이나인데 서방과 러시아의 협상에 우크라이나의 자리는 없었던 탓이다.
캐나다 국제문제 분석가 마이클 보셔키브는 11일 CNN방송에 기고한 글에서 우크라이나 국민은 자국 대통령의 외교 역량에 점점 의구심 가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키예프 인디펜던트 신문의 올가 루덴코 영문 편집장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그의 행정부는 지난 몇 년간 했던 잘못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달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했을 때도 TV 연설에서 부활절 바비큐 등을 언급하며 일상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서방이 제기하는 침공설로 우크라이나 경제가 불안해지고 있다며 침공 가능성은 작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바로 다음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는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하리코프가 점령될 수 있다면서 혼란스러운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평을 받았다.
이를 두고 루덴코 편집장은 "상황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고, 매우 거만한 톤으로 (인터뷰가) 이뤄졌다"면서 "우크라이나인으로서 의사소통 측면에서 그에게 실망해 우리가 무엇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었다.
이코노미스트도 "(당시) 다수가 코미디언 출신 대통령이 침공 위기에 놓인 국가를 이끄는 데 적임자가 맞는지 의심했다"라고 해설했다.
이어 이 잡지는 실제로 전쟁이 벌어지자, 관객과 소통했던 무대 연기자 출신답게 국민과 소통하며 국가를 하나로 뭉치게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는 국민이 느끼는 두려움, 욕망, 꿈을 비춰낸다. 우크라이나는 침공 이후 뭉치고 있다"며 "그가 국민의 영혼을 끓어오르게 하고 다시 고양된 국민을 보면서 힘을 얻는다"고 평가했다.
미 NBC 방송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양면적 모습을 조명했다.
이 방송은 그가 전쟁 직전 침공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중에도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일축해 현실 인식 면모에서 비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지난달 말 미 CBS 인기 심야 토크쇼에서 이같이 '걱정하지 말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그의 모습을 조롱하는 유머를 선보이는 일도 있었다.
2019년 대선 때 친러 반군이 장악한 동부 돈바스 분쟁을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내놨지만 이를 지금까지도 해결하지 못해 침공의 도화선을 사전에 뿌리 뽑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이런 약한 고리를 파고들어 전쟁의 구실로 삼았다.
그러나 그가 러시아의 압박과 오랜 국내 분쟁을 문제를 동시에 풀어내는 '현명한 지도자'로서는 역량이 부치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해도 최근 전시 지도자로서 카리스마를 낮춰 볼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러시아 군대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로 다가오는 와중에도 도망가지 않고 차분하게 SNS로 소통했다는 것이다.
러시아군에 체포되거나 살해될 우려가 있으니 대피하라는 미국 등의 권유를 거절했다는 미국 매체의 보도도 나왔다.
키예프에서 활동하는 정치 분석가 발렌틴 글라드키흐는 "어떤 역대 대통령도 이런 전면적 침략에 맞닥뜨린 적 없다"면서 "전례 없는 위협을 마주하고서도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가 가진 최고의 면모를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 우크라이나 역사 전문가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도 트위터에 "다음에 어떤 일이 일어나더라도 역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남는 용기를 보였다는 점을 기억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영호기자 hoy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