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7일∼27일 '단일화 협상' 20일치 PDF일지로 정리해 공개 尹 유세 일정 취소하며 '작심' 회견…安에 보낸 문자도 공개 국힘, '정리해서 못 만나면 깐다' PDF 파일명 배포 뒤 삭제 해프닝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윤 후보측은 27일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일방적 통보'로 단일화 논의가 마지막 순간에 틀어졌다며 그간의 '협상 전말'을 공개했다.
두 후보로부터 권한을 백지위임받은 '전권대리인'인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과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이 이날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단일화 발표를 위한 최종 합의문 문구까지 정리하며 타결 직전까지 갔지만, 안 후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심경에 변화를 보이며 걷어찼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의 골자다.
합의문에는 차기 국정 비전 등 추상적 개념을 넘어서서 공동정부는 물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 운영 등 세부적인 내용도 상당 부분 기술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이같은 주장을 토대로 이날 윤 후보 본인과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이 당사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월 7일부터 이날 새벽까지의 21일간 '협상 경과'를 일지로 정리해 취재진에 공개하기도 했다.
PDF 문건은 A4용지 기준 총 5쪽 분량에 달했다.
◇ "7일 安측 먼저 전화해 조건 제시…10일 장제원-이태규 라인 시작" 국민의힘에 따르면 양측의 물밑 협상은 지난 7일 국민의당 선대위의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윤 후보에게 직접 전화를 걸면서 시작됐다.
최 위원장은 당시 '안 후보와 교감 후 연락한다'며 단일화를 위한 일련의 조건을 먼저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에 윤 후보는 '안 후보의 뜻이라면 전폭 수용한다'는 뜻을 밝히며 후보 간 회동을 역제안했으나, 늦은 오후 최 위원장은 '안 후보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진행을 보류했다고 한다.
이후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이 사실상 전면에 나선 것은 이즈음이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10일 장 의원이 먼저 이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안 후보의 승인을 받아 만나자'고 제안했고, 둘은 이튿날 밤 만났다.
장 의원은 이 자리에서 처음 '국정운영의 동반자이자 정치교체·정권교체·시대교체를 위한 공동선언문' 작성을 제안했고, 이 본부장은 그 취지에 공감을 표하며 협력을 약속했다고 국민의힘은 밝혔다.
◇ 13∼20일 롤러코스터…安 여론조사 제안→尹-安 빈소 조우→회동 타진→安 결렬 선언 '최측근'들의 만남으로 첫발을 떼는 듯했던 협상은 안 후보의 13일 '여론조사 단일화 제안' 회견으로 새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이 반발하면서 표면적으로 단일화가 좌초 위기에 놓였다는 해석이 나왔다.
그러나 실상은 이때까지만 해도 큰 우려는 하지 않았다고 국민의힘은 당시 상황을 전했다.
안 후보의 회견 전날인 12일 이 본부장이 장 의원에게 전화해 안 후보의 여론조사 제안 계획을 귀띔하며 "지금껏 해온 단일화 협상의 끝이 아니라 시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를 '여론조사 방식을 고수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했고, 이후 협상 과정에서 단 한 번도 여론조사 단일화나 그와 관련한 세부 내용에 대해 언급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던 터에 13일∼16일 안 후보에게는 부인 김미경 교수의 코로나19 확진, 유세차 사망사고 등 악재가 잇따랐고, 윤 후보는 전화 연락과 빈소 조문 등을 통해 위로의 뜻을 전하면서도 단일화 등 정치적 언급을 삼갔다고 한다.
상황은 윤 후보의 빈소 조문(16일)로부터 하루가 지나서 다시 진행됐다.
지난 17일 이 본부장이 장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윤 후보의 주말 일정을 문의했고, 18일 두 대리인이 대면해 후보들 간에 20일께로 회동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설명이다.
20일 오전에는 윤 후보가 직접 안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안 후보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어느 누구로부터 단일화 문제에 관해 이야기를 듣거나 보고받은 적이 없다"는 것이었고, 이후 약 4시간 뒤 안 후보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단일화 제안 철회'를 발표했다.
◇ "장제원-이태규 '전권 대리'로…23일 물밑협상 재개" 협상은 안 후보의 20일 회견 이후 완전히 끊어진 듯했지만, 물밑에서는 노력이 계속됐다.
국민의힘에 따르면 지난 23일 장 의원이 이 본부장에게 협상 재개를 타진했다.
비슷한 시기에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원색적 비난으로 안 후보측을 자극했던 자당 이준석 대표를 향해 '발언 자제'를 공개 경고했다.
항간에 안 후보 측이 단일화를 거부하는 배경에 이 대표와의 앙금이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돌던 참이었다.
또 윤 후보는 24일 오후와 25일 오전 두 차례에 걸쳐 안 후보에게 직접 연락을 시도했다.
국민의힘은 당시 윤 후보가 보냈다는 문자 메시지 두 건 캡처본도 일지와 함께 그 내용을 공개했다.
문자에서 윤 후보는 '진의가 잘 못 전달된 것 같다.
흉금을 털어놓고 얘기하자. 정권교체를 위한 열망은 일치한다고 믿는다'(24일), '힘을 합치면 정권교체 열망에 부응하는 새로은 희망의 역사가 시작 될 것이다.
진정성을 믿어달라'(25일)고 호소하며 연락을 청했다.
이와 관련, 안 후보로부터 직접 답변은 없었다고 국민의힘은 전했다.
이에 대해 당시 국민의힘 지지자들로부터 단일화를 요구하는 전화·문자 폭탄이 쏟아지며 사실상 안 후보가 자신의 전화를 확인하는 게 불가능했다는 게 국민의당 측 설명이다.
다만 이튿날(26일) 이 본부장이 장 의원에게 연락해 실무회동을 제안했고,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권영세 선대본부장과 국민의당 최진석 상임선대위원장 간에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을 '전권 대리인'으로 해서 협상을 시작한다는 확인 절차도 거쳤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 마지막 24시간…尹측 "사과 회견, 공동정부·인수위 모두 수용했음에도 결렬 통보" 주말 사이 이른바 '전권 대리인' 라인은 바쁘게 돌아갔다.
장 의원과 이 본부장은 전날인 토요일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이날 0시 40분부터 오전 4시까지 두 차례에 걸쳐 회동했다.
윤 후보가 안 후보 집을 방문하는 방안이 한때 검토됐지만 안 후보가 전남 유세지로 향하며 없던 일이 됐다.
윤 후보가 기자회견을 열어 안 후보에게 회동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최근 소통이 미흡했던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는 형태로 안 후보를 위한 '모양새'를 갖추는 데 상호 동의했다고 국민의힘 측은 주장한다.
이뿐만 아니라 양당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함께 운영하고 공동정부를 꾸리는 방안 등 상당히 구체적인 단일화 합의안까지 도출할 정도로 진전을 봤다는 게 국민의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안 후보 측은 윤 후보로부터 책임총리직을 포함해 '원하는 것은 다 줄 수 있다'는 직접 언급도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안 후보 측은 이날 오전 9시 또다시 이 본부장을 통해 '단일화 협상 결렬'을 통보했고, 국민의힘은 그 이유와 관련해 그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협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셈이다.
협상 사정에 정통한 한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오죽하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논란에 2선으로 후퇴했던 장 의원을 다시 전면에 내세웠겠냐"며 "그만큼 단일화 협상에 진정성을 갖고 임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선거일(3월 9일) 전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당은 이같은 국민의힘 측의 주장에 상응하는 '일람표'까지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이 본부장은 이날 늦은 오후 입장문을 통해 "어제(26일) 만남은 안 후보의 인지 하에 전권 협상대리인이 아닌 선대본부장 차원에서 윤 후보 측의 진정성, 그리고 단일화 방향과 계획을 확인하고자 어제 오후와 오늘 새벽에 만났다"면서 협상 진행 상황과 관련해 상반된 해석을 내놨다.
양측 주장이 또다시 진실공방의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국민의힘이 처음 이날 취재진에 PDF 형태로 공개한 일지의 파일명이 '정리해서 못 만나면 깐다'였던 것을 두고도 뒷말이 나왔다.
해당 표현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자 국민의힘은 한 시간여 만에 파일명을 삭제해 재공지했다.
애초 내부 공유 목적으로 실무진이 작성한 문건을 급하게 언론 공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생긴 '해프닝'으로 보이는 가운데, 국민의힘 내부에서 국민의당이나 최근 협상 과정을 바라보는 회의적 시각을 고스란히 노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